현장고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현장고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5.02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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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선대 청소용역 지회 인권침해 기자회견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의 놓인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 조선대 청소용역 지회(이하 조선대 지회)는 지난달 29일 조선대 본관 앞에서 1차 인권침해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조선대 청소용역 지회는 “우리는 우리의 노동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대학은 청소노동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를 부끄러운 존재라고 낙인찍어 버렸다”며 “용역이라는 허상으로 자신을 가린 채 저질러진 인간적 멸시와 모멸은 개인과 집단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가해졌고, 고용을 볼모로한 그것은 다툼 아닌 인격 살인이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 내 미화노동자는 행정실의 가정부, 학내 이삿짐센터 취급, 장애인들 정리해고, 학생반값등록금을 위한 미화원 해고, 휴게공간 부족, 퇴보한 근로조건 제시 등 열악한 조선대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이 낱낱이 밝혀졌다.

지금 조선대 청소용역 조합원들은 총 105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1구역, 2구역, 3구역으로 나뉘어 배정된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어느 날 1층 미화부 휴게실에 휴식중인 청소노동자를 불러 행정실 탁자에 누군가가 흘린 커피를 닦을 것을 지시했다. 행정실 청소는 업무 소관도 아니지만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그 정도야 행정실 직원이 치워도 될 수준이었지만 가정부를 부리는 듯 치우도록 했다.

매 학기 초가 되면 교수들의 잦은 연구실 이동으로 미화노동자들은 울분이 인다. 바로 스스로 해결하든 아님 이삿짐센터를 부르든 해야 할 일이 고스란히 미화노동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책이며 이것저것 크고 작은 책장과 물건들을 정리하고 옮겨야 하는데 기껏해야 이동수단은 손수레가 전부이다. 고되게 일을 끝낸 후에야 연구실 청소를 하고 이사를 마무리 짓게 된다.

이어 이들은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이 고통인 것은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인간적 모멸과 멸시의 배후에 불안한 고용이 있기 때문이다”며 “지난 4월 20일 우리는 전원 해고의 위협과 협박을 온몸으로 맞받으며 빗속을 걸어 대학본관으로 모여들었고 드디어 노동조합 창립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무차별적인 인간적 모멸과 멸시 받아

이뿐만이 아니다. 승강기도 없는 건물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일하는 미화원에게 1층 복도에 떨어진 휴지가 떨어졌다고 당장 치우라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하라고 하면 하란 말이요! 아따 말 많네...” 5층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모 단과대학 관계자는 당장 내려오라고 윽박을 지른다.

해고의 위협과 협박은 부지기수였다. 대학 관계자에게 임금이나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만 둘 거면 빨리 말해라. 일 할 사람 줄 섰으니 알아서 판단해라”, “장애인들 정리하라 했더니 다시 쓰면 어떡해요. 빨리 정리하세요”라는 멸시를 받아야 했다. 지엄하신(?) 명령에 대꾸 만해도 나가라는 식이였다.

또 하나의 사례는 근속기간이 7년이나 될 정도로 장기 근속자였던 분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업체변경 과정에서 황당무계한 통보를 받아야 했다. 4월 말까지만 근무하라는 해고통지서였다. 아무리 찾아봐도 해고 사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나가 있다면 허리가 조금 구부정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황당한 이유가 맞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선대 청소미화원들은 노동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대학은 노동자 모두를 부끄러운 존재로 낙인찍어 버렸다.

이처럼 지난 3월 말일자로 조선대 청소 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미화원 인원 18명이 4월말로 해고됐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반값등록금을 위해 미화원의 인원감축을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4월 1일부터 용역 업무를 시작하는 업체들은 퇴보한 근로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권리 찾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

일일 근로시간을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축소하고, 월 소정 근로 시간을 기존 226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조정해 일백 구만 원 가량 받던 임금수준이 일백 만원으로 낮추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하는 노동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조선대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었다. 대부분의 남성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은 없는 경우가 많고 청소용 기기 및 용품, 폐품 및 재활용품들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지내야 했다.

여성 휴게실은 그나마 공간이라도 있지만 남성분과 칸막이를 두고 함께 지내는 불편함이 있어 남성분들은 여성들이 불편해 할까봐 일부러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휴식시간을 갖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조합원들은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이 고통인 것은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인간적 모멸과 멸시의 배후에 불안한 고용이 있기 때문이다”며 “우리에게 고용이란 용역 관리자와 대학 관계자의 눈짓 하나 손짓하나에 좌우될 만큼 하찮은 것이었고 그들에게 그런 취급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앞으로 이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동과 인권에 대한 침해 사례를 본격적으로 연구 조사하여 향후 2차, 3차 지속적인 발표를 할 계획이다”며 “우리 노동의 노동을 위하여, 권리를 위하여,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고 마무리 지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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