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 광주 방문 “힐링이 필요해”
소설가 황석영, 광주 방문 “힐링이 필요해”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1.05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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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90%이상 지지율 영남과 다른 것
장길산, 호남이 준 문학적 자산
앞으로도 현실 반영하는 글 써갈 것

▲소설가 황석영씨가 5일 광주를 찾아 빛고을시민문화관 4층 다목적실에서 힐링 사인회를 가졌다.©김다이 기자
▲소설가 황석영씨가 5일 광주를 찾아 빛고을시민문화관 4층 다목적실에서 힐링 사인회를 가졌다.©김다이 기자
18대 대선은 끝났지만 선거 이후 집단 우울 증세를 보이며 아직도 힐링이 필요한 시민들이 남아있다. 절반의 민심은 웃고 있지만 그 절반은 지금 몹시 아프다. 그들을 헤아리고 보듬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 외박이 이야기꾼 소설가 황석영씨가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광주시민들의 대선후유증을 위로해주기 위해 나섰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위로와 공감’이라는 주제로 5일 빛고을시민문화관 4층 다목적실에서 최근에 출간한 ‘여울물 소리’를 무료 증정하는 힐링 사인회를 가졌다.

70~80년 지난 10년간 호남 생활

황 작가는 사인회를 시작하기 전 힐링이 필요한 광주 시민들과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70~80년대 호남에서 지내왔던 이야기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박정희 유신정권 막바지 76년에 전남 해남에 내려왔었다”며 “유신시대와 80년 민주화 시대를 호남에서 지내면서 10년간 살아오면서 그 동안 장길산을 썼었고 장길산은 호남이 저에게 준 문학적 자산이었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후 사회자의 힐링 사인회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에 “힐링이란 말은 생소해서 잘 쓰지지 않는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이 되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강연이라는 말이 아닌 토크 콘서트를 좋아하게 됐다”며 “광주시민들이 상처받고 힘들다, 위로받고 싶다는 것을 느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힐링에 대해 황 작가는 “한편에서는 사회에 근본적인 이야기는 안하고 자본과 권력은 은폐하고 개인의 상처를 위로하는 척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며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고 인정했다.

한편 지난 대선에서는 그토록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광주시민들은 야당 후보에게 90%가 넘는 투표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작가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호남에서 90%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는 것은 영남에서 90% 가까운 지지율이 나왔다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며 “호남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해를 입은 지역이고 이번 선거에도 광주 지역 사정과 상관이 없는 부산사람을 지지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5일 광주를 찾아 빛고을시민문화관 4층 다목적실에서 힐링 사인회를 가졌다.
호남의 92%지지율 영남과는 다른 것

그는 “이는 호남 푸대접 역사적으로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부터 알 수 있다”며 “동학을 배경을 해서 소설로 썼는데 동학의 경우에도 거의 다 전남이 주무대였으며 의병투쟁의 주역도 이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광주는 80년 계엄군과 대치하며 격동의 시기를 겪는다. 황 작가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의 중심은 호남이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며 “근현대사를 지나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데 호남이 잘못됐다 어쨌다는 말을 들으면 불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봐도 이는 역사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이고 늘 줏대를 지켜 왔던 광주가 그래서 더 섭섭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위로를 했다.

이번 대선 투표율 공약에 대해서 황 작가는 “투표율 77%가 되면 무엇을 하겠냐 라는 공약 질문에 처음에는 장발을 하고 콧수염을 기르겠다고 답했지만 주변에서는 너무 약한 거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나는 상상만 해도 웃겼지만 약하다는 주변 반응에 그럼 20대~30대에게 책을 천권을 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대도 포함해 달라는 말에 총 2천권을 쏘려고 했지만 농담석인 말투로 다행인지(?) 대선 투표율은 75%가 나왔다며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5일 광주를 찾아 빛고을시민문화관 4층 다목적실에서 힐링 사인회를 가졌다. ©김다이 기자
현실 포착해 현실 반영하는 글 써갈 것

또한 황 작가는 “그 와중에 안심을 하고 있는데 보수진영이었던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프리허그로 위로를 하러다니는데 진보라면서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라는 주변 분위기에 출판사 사장과 담판을 지고 사인회를 갖고 책을 공짜로 나눠주기로 결심했다”며 전했다.

앞으로 그는 “20대처럼 다시 돌아가서 현실을 포착해서 현실을 반영하는 글을 써나갈 계획이다”고 시민들과 대화를 마무리 했다.

이날 20대의 입시준비생이 황석영 작가에게 “시민들이 원하는 세상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통계적인 근거를 대면서 “그동안 재벌은 더 잘 살고 서민은 더 못 살게 하면서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놨다”고 답했다.

황 작가는 이어 “정부는 더 많은 복지환경을 만들어야하는데 4대강을 파고 있었던 지난 5년은 민생 보살피기에 역진하고 있었다”며 “그 길 위에 박근혜 정부가 시작하는데 그 탄탄대로로 다시 역진을 할까봐 걱정이 되지만 박 당선인이 잘 해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힐링 사인회에 참석했던 이정현(월계동·43)씨는 “대선 공약을 걸었던 것을 힐링을 해주려고 와서 너무 감사하다”며 “저번 표창원 교수의 프리허그를 참석하지 못해 힐링 사인회에 더 참석하고자 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책을 직접 구입하고 참석했던 임성은(문흥동·29)씨는 “평소에 너무 좋아하는 작가인데 소설을 읽고 상상했었던 작가님을 보게 돼서 너무 신기했다”며 “정치적인 것은 문외한이지만 앞으로 광주시민들이 대선으로 인해 다운된 분위기 속에서 홀가분하게 털고 삶에 충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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