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길을 찾다 제2강]
“동서양의 만남과 충돌 그리고 아시아의 새로운 부상”
[아시아에서 길을 찾다 제2강]
“동서양의 만남과 충돌 그리고 아시아의 새로운 부상”
  • 편수민 기자
  • 승인 2011.04.11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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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광주지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문화이해를 위한 공개강좌를 마련했다. 지난 17일부터 문화전당역 앞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와 광주교대 대강당에서 모두 6회에 걸쳐 격주 목요일로 진행되는 이번 공개강좌는 ‘아시아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시민의 소리>는 독자를 위하여 이번 강좌를 매 회마다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다.<편집자 주>



아시아 문화이해 공개강좌 제2강이 지난 3월 마지막 날에 광주 교육대 대강당에서 열렸다. 정원 350명의 대강당은 참석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최근의 문화강좌에 대한 열풍을 반영한다.
이번 강좌의 주인공은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로 유명한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이다. 그는 사회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며, 문화인류 학자도 아니지만 자신이 만화가이기 때문에 사회를 바라보는데 보다 좀 더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를 나가면 시장과 술집을 제일 먼저 방문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그안의 사람들의 ‘진솔한 삶’과 ‘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로벌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 교수는 ‘글로벌화’와 ‘근대화’에 대해 흔히 우리가 범하는 오류를 지적했다. ‘글로벌화=서구화=아메리카화’ 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했다. 요즘은 반대급부의 의미로 ‘반 글로벌화’, ‘반 서구화’를 말하기도 한다.
또한, ‘근대화’는 선진화라는 의미도 있지만 서구화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진정한 글로벌화는 서구화, 미국화가 아닌 세계 호환성을 전제로 한 ‘로컬리즘’이라고 했다.
그는 “근대화에 관한 오해는 서양사람들이 말한 자기들의 것이 근대화하라는 것은 기독교적 가치와 자본주의적 가치이다”라며 “21세기 글로벌화의 특징은 미국화가 아닌 자기의 특성을 세계화하는 것을 근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양의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서구화의 쇠퇴라기 보다 200년 전의 사회질서로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50년대 ‘미국생산량 > 동아시아 전체의 합’ 이었지만 2002년에는 ‘동아시아 3개국 생산량 > 미국생산량’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서구는 자신들을 중심으로 후진국과 선진국을 나눴다. 중국이 근대화가 되려면 서구화가 되어야 한다는 오류를 범한다. 이 교수는 정작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서구화가 되지 않더라도 선진국이 되어가는 나라가 있다고 말했다.

‘로컬리즘’ 과 ‘아시아의 부상’

이 교수는 현재 인터넷을 이용하면 어떤 나라의 언어든지 대부분 검색할 수 있다. 인터넷 발달의 결과 영어는 점점 공용어로써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곳 청중 분들은 양복을 입고 있지만 서양을 존경해서 그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찬가지로 유명 브랜드 가방 역시 생산 국가를 존경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서 흥미로운 의견을 밝혔다. 현재의 미백화장품이 서양 사람을 따라한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흰색을 ‘정의 색’이자 ‘부의 색’이었고 대대로 ‘흰색=긍정적’인 의미를, ’흑색=부정적’ 인식을 주는 색깔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70년대에는 한국노래를 들으면 비웃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나라 노래를 더 선호한다” 며 “미국 팝송을 몰아내고 완벽하게 자신의 노래로 대체한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오히려 프랑스는 국가에 대한 자존심은 강하지만 가수들이 영어로 노래를 많이 부른다. 오히려 ‘글로벌화’는 서구 안에서 ‘서구화’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로컬리즘’의 예를 들었다. 이탈리아 현지 피자와 파스타 보다 우리나라의 이탈리아 식당의 음식이 더 훌륭하고 맛이 좋다고 했다. 맥도날드에는 ‘불고기 버거’가 존재하듯 말이다. ‘바지’는 ‘터키의 옷’이지만 실제로 그 누구도 바지를 입었을 때 터키 옷을 입었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구’의 사고의 한계성

서구의 사고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서구화가 강해 질 수밖에 없었나 하는 사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921년 버틀란드 러셀의 책에는 “일본은 언젠가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며. 일본은 패망할 것이다”라는 놀라운 예언적 문구가 실려 있다.
러셀은 서양의 중요 요소를 ‘플라톤’과 ‘유대경전’, ‘갈릴레오’로 정리했다. 플라톤은 그리스 철학, 즉 인간중심주의(ego)를 의미한다. 유대경전은 유대교가 너무 민족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만든 것이다. 기독교 교리의 모순 때문에 이슬람이 탄생한다. 이슬람은 그리스적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해본 적 없는 변방에서 삼위일체를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갈릴레오는 기계 생산을 통해 만들어지는 ‘파워의 힘’을 뜻한다.
이 세 가지 개념을 통해서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신 외에 가장 힘 있는 절대자이다’라는 것이다. 서양인에게 공존, 타협이 없고 굴복과 복종이 있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 후 원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굴복을 원했다. 이는 서양 사람들의 기본적인 의식구조가 ‘넌 굴복하고 난 지배한다’는 것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21세기에서 모든 국가가 힘을 가지고, 권리가 중요하게 되어 굴복과 지배는 서구화된 사고방식은 이제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된다.



동서양의 ‘만남’과 ‘충돌’

이 교수가 존경한다는 ‘버틀란드 러셀’은 아시아의 3개 개념도 제시한다. ‘노자’, ‘공자’, ‘석가모니’가 그것이다. 노자는 자연과 자신에 대한 성찰과 조화를, 공자는 사회에 대한 성찰을, 마지막으로 석가는 내세에 대한 성찰을 중시한다.
아시아와 서양은 끊임없는 영욕의 역사를 겪었다. 동서양의 충돌은 결국 무역문제 인데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이 가지고 있는 무역체계는 ‘베스트팔렌’ 체제이다. 큰 나라건 작은 나라건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동등하다는 의미이다.
동양은 전통적인 조공 무역 체제 이다. 또한 서양에서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계약관계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고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가는 국민을 버린다. 동양에서 국가와 국민은 family의 관계이다. 동양에서는 계급적 평등을 추구한다. 국가 간의 관계 역시 형님 국가가 있고 아우 국가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서양과의 충돌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의 충돌’은 1973년 조지 맥카드니의 중국 방문으로 출발한다. 이전에 영국의 인도 지배가 있었지만 당시 인도는 점조직의 나라로 점령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중국은 맥카드니에게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바닥에 박는 ‘삼배구고두’를 요구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맥카트니는 본국으로 돌아가 ‘무력 교역’의 의견을 피력했다. 1840년 ‘아편전쟁’으로 동서양은 본격적으로 충돌을 한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없었지만 영국은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편을 팔게 된다. 이후 오랑캐로 여겼던 서양인들에게 중국은 크게 패했으며 일본은 강제 개항 당하게 되었다.

한·중·일의 차이 비교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우리는 아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아시아를 버리고, 유럽으로 들어간다”라며 “우리는 일본의 혼(장인정신)을 갖고 서양의 학문을 더욱 발전 시킨다”를 그들의 기조로 삼았다. 그 후 서양화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일본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굉장한 콤플렉스를 지니게 되었다.
중국은 ‘중화사상’을 버리지 못해 개혁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로 인해 발전이 더디었다. 공룡이 한 번 일어나기 위핸 엄청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정체성이 가장 강한 나라가 중국이며, 그에 못지않은 국가가 대한민국이며, 가장 약한 곳이 일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플라톤과 공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유교 의식은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공평하게 해도 불만이 나오게 되어있다. 사과를 똑같이 줘도 사과의 크기와 색깔에 대해서 불만을 표한다. 이것은 바로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우리가 지켜볼 아시아의 부상은 ‘중국의 부상’과 일맥상통 한다고 했다. 현재 중국의 근대화는 속도가 빠르다. 지난 100년간 중화사상 때문에 발전이 지체 되었지만, 결국 중국의 빠른 근대화 속도는 중화사상이 그 기동력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허브가 될 수도 있고, 두 나라 사이에 낀 채 변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시아가 새로운 세계사회의 새로운 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서구화 된 것만을 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광주가 꿈꾸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처럼, 아시아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누군가인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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