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건설인가, 신도시개발인가
돔구장 건설인가, 신도시개발인가
  • 최용선
  • 승인 2009.11.0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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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한국 공공데이터센터 연구실장)

광주시가 지난달 29일 대형건설사의 민간 자본을 유치해 ‘돔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민자투자 우선 대상자로 선정된 포스코 건설과 돔구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수년째 말만 무성하던 새로운 야구장 건설이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하는 야구팬들과 언론의 관심도 연일 뜨겁다. 그동안 광주시가 지난 몇 달간 비공개로 야구장 건설 계획을 수립해 오면서, 시민과 언론은 박광태 시장의 입만 쳐다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아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는 시점에 야구장 건립계획을 구체화시켰다. 의도한대로 관심 끌기에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절실히 바라던 새 야구장 건립계획이 첫 단추를 꾄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마냥 기쁘기보다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공짜로 돔구장을 지을 수 있다고?

박광태 시장은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야구 전용구장 건립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바 있다. 광주시가 2004년 문학구장과 비슷한 3만석 규모의 개방형 야구장 건설계획을 추진했고, 사업비는 660억원 규모를 예상했다.

정부와 광주시, 기아 구단이 공동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광주시가 계획대로 추진했다면 올해 타이거즈 팬들은 SK와이번즈 홈구장인 인천 문학야구장과 같은 곳에서 한국시리즈를 만끽했을 것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수년째 지방비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없이 머뭇거렸고, 정부의 국비지원도 없던 일이 되었다. 내 돈은 내지 않고 중앙정부에만 기대려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려던 안이한 행정 처리가 빚은 결과였다.

재선 임기 내내 허송세울 보내고 지방선거를 8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에 와서, 돔구장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전액 민간자본을 동원해 건설한다고 하지만 예상 사업비가 4,000억원 규모로 당초 계획보다 6배나 많은 금액이다.

과연 공익사업을 하는 기업이 아니고서야 이 비용을 감내하며 공짜로 돔 야구장을 지어줄 만한 기업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사실 포스코와 맺은 MOU의 핵심내용이 ‘돔 야구장 건설’보다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도시개발 계획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22일 20만 제곱미터로 면적을 제안했던 광역시장, 도지사의 도시개발구역 지정권한을 100만 제곱미터로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내부규제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신도시 택지개발지정권’을 지방단체장이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인데, 광주시가 돔구장과 연계해 최소 300만 제곱미터 규모의 스포츠레저관광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업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야

앞으로 MOU의 궁극적인 목적이 돔 야구장 건립에 있는지, 노른자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건설사에게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복합 쇼핑몰을 건설하는 목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공짜로 ‘돔 야구장’을 지을 수 있다는 편익과 오랜 기간 타당성을 검토해서 수립해야 하는 도시개발계획을 민간 건설업체에게 맡겨 파생될 비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MOU 체결은 법적효력이 없는 구두약속에 불과한 것이다. 광주의 현실에서 돔구장 건설이 타당한 것인지, 해당 건설업체의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비공개로 추진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논란이 확산될 경우 야구장 건립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들은 더 이상 화려한 선물 너머에 숨겨진 내막이 뭔지 두 눈 치켜뜨고 찾아내는데 허송세월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엉뚱하게 신도시를 가져다 붙이지 말고, 하루빨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천 문학구장 같은 곳에서 기아타이거즈의 포효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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