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아오신 쓴맛, 매운맛 이랬나”
“당신이 살아오신 쓴맛, 매운맛 이랬나”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08.21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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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유지 받들자”…광주전남 추모열기 고조

▲ 서거 나흘째인 21일에도 시민들의 조문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옛 전남도청 입구를 가득 메운 근조화환과 시민들이 붙여 놓은 추모글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 부두의 새아씨 아롱 젖은 옷자락 /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1일. 분향소가 차려진 옛 전남도청 광장에 고인의 애창곡인 ‘목포의 눈물’이 높이 울려 퍼졌다. 수은주가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줄지어 헌화와 참배를 올리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분향소 주변에는 100여개가 넘는 근조화환들과 시민들이 단일기에 적은 추모 글이 빼곡하게 넘쳐났다. 

21일 오후 3시 현재, 광주지역 17곳의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5만여 명, 전남 35곳의 분향소엔 6만9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분향을 마친 60대 아주머니는 “선선할 때나 돌아가시지 하필 더울 때 가셨냐”며 “당신이 살아오신 쓴맛, 매운맛을 보여주려고 그런 것 같다”고 땡볕더위를 해석했다.

고재현씨는 “고인의 가르침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느꼈다”며 “부디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추모의 염을 밝혔다.

동구 학동에서 온 조소형씨도 “당신이 안 계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너무나 서글프고 힘이 들 것 같다”며 “민주주의와 화합이 강물처럼 흘러 괴롭고 억울한 이가 없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고 그날 상경해 빈소를 지키다 내려온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김 전 대통령은 40년 민주화 대장정의 견인차이자 통일운동의 발신자로 우리 호남의 구심점 역할을 하신 분”이라며 “그 분의 유지를 받들어 생활 속에서부터 민주화와 북한동포 돕기 등 구체적인 통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종교단체도 추모열기를 더하고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이날 오전 11시 주교좌인 임동성당에서 최장무 대주교의 집전으로 추모미사를 거행했다. 22일에는 옛 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 공동추모집회가 열린다. 기독교도 한국기독교협의회와 기독교 교단협의회 주관으로 23일 오후 7시30분 월광교회에서 추모예배를 갖는다. 불교계는 원각사와 무각사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객을 맞고 있다.

광주전남 각계원로와 시민사회단체, 4대 종단이 망라된 광주전남추모위원회도 매일 저녁 7시부터 추모리본 달기, 진혼굿, 시낭송 등 추모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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