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기술’에 대해 아시나요
‘중간기술’에 대해 아시나요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6.1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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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자연·지역 살리는 중간단계 기술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 혹은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첨단기술과 후진기술의 중간정도 수준에 해당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철저한 인간 중심을 추구해 누구나 소유할 수 있고, 개발·발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이 기술로부터 소외·종속되는 것을 막아줘 ‘대안기술’로도 부른다. 최근 환경오염을 줄이고, 전통경제와 사회질서·문화를 보존·발전시키고, 제3세계의 지역사회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개념이다. 

이렇듯 그 중요성이 대두되는 중간기술은 현재 자연농업, 대체의학, 하수처리 등 삶의 전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간기술의 예로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태양광발전·풍력발전·수력발전·바이오가스·바이오디젤 등이고, 생태건축 분야에서는 볏단집·담틀집·흙벽돌집·돌집 등이다.

■ 첨단기술과 중간기술 특징 비교

첨단기술

중간기술

인간소외

인간중심

소수 위한 기술

전체위한 기술

자본의 논리

인간존엄성, 자연의 소중함 인정

부국강병 위한 수단

평화, 인류 공동선 추구

전통사회질서 파괴

토착기술 개발통한 균형발전 도모


영국 경제학자 E.F. 슈마허 개념 정립

중간기술은 1960년대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중심의 경제를 위하여>의 저자인 영국 경제학자 E.F. 슈마허가 최초로 주창했다.

1961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파견된 슈마허. 그는 원시상태에 가까운 기술 수준으로 농사를 짓고 있던 사회에 영국에서 보급된 트랙터·콤바인 등 당시 최첨단 기술이 던진 여파를 목도했다. 많은 농민들이 농촌에서 쫓겨나 실업상태가 돼 도시빈민으로 전락했고, 이로 인해 수천 년간 이어져 오던 인도의 사회·문화·경제 질서는 붕괴됐다.

이런 현실 앞에 슈마허는 인도사회에 적절하지 않던 첨단기술로 인해 발생한 대량 실업을 줄이고, 지역사회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후진기술인 호미와 첨단기술에 속하는 트랙터의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적합한 기술이 필요함을 인식, ‘중간기술 개발그룹’이란 국제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생태건축 등 분야에서 적용

역사적으로 기술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계는 인간의 막중한 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는 했지만 심각한 폐해도 야기했다. 특히 건전한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인간을 소외시켰다. 더 이상 노동자가 생산한 생산물은 노동자의 소유가 아니었고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계도입은 자본가에게는 많은 부를 축적할 기회를 제공한 반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는 빈곤의 악순환만 강요했다.

이런 기술은 항상 자본의 논리에 충실했다. 자연환경 보존과 인간의 존엄성에는 관심 없고,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대량생산을 추구하며 항상 돈이 되는 것만을 선으로 여겼다. 그 결과 자연환경은 파괴됐고, 인간의 존엄성은 말살됐다. 인간과 자연은 돈이 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분류됐고, 돈이 되는 것은 단일화·대량생산의 과정을 거쳐 이윤의 도구가 됐다.

최근 환경위기가 심각해지자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본래 자연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고, 사람도 그 능력 여부를 떠나 존엄한 존재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에서 자본의 논리는 철저하게 그 존엄성을 파괴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 현재 각광받고 있는 중간기술은 자본의 논리를 떠나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 그대로의 소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사람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며 기술을 개발·발전시킨다. 아울러 지역에 입각한 기술을 추구해 제3세계의 빈곤 퇴치와 재난구호에 널리 사용되며, 전통문화와 사회질서를 계승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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