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에너지로 환생하다
가축분뇨 에너지로 환생하다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6.1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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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가스·비료화 등 버릴 것 하나 없어
분뇨처리 골머리 지자체·축산농가에 대안

충남 청양군 청양읍 여양농장.

차에서 내리자 가축분뇨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양돈 4000두가 하루 배출해내는 약 20톤의 분뇨는 방문객들의 코를 움켜잡게 했다. 하지만 각종 설비가 들어서 있어 일반 양돈농가와는 다른 풍경에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며 냄새에 적응해갔다. 그리고 결국 가축분뇨를 버릴 것 하나 없이 에너지·비료로 전환하고 있는 현장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 유니슨(주)에 의해 청양 여양농장에 설치된 국내최초의 바이오가스플랜트. 가축분뇨를 에너지·비료로 재생하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집수조(①)에 수거된 가축분뇨는 제1발효조(700㎥, ②)와 제2발효조(500㎥, ③)을 거쳐 발효되고, 이때 발생한 바이오가스로 발전기(④)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발효된 폐기물은 액비저장조(⑤)에서 숙성되고, 비료가 되지 못한 일부 유출수는 폐수처리장(⑥)을 거쳐 정화된 후 배출된다.

여양농장에는 유니슨(주)가 설치한 바이오가스플랜트가 있다. 이는 지난 2005년 8월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사업 중 실증연구 사업으로 진행된 ‘농가형 축산분뇨 처리를 통한 바이오가스화 처리공정 개발 실증과제’에 따라 설치된 것이다.

바이오가스플랜트는 축산분뇨·폐 음식물·식품가공공장 폐기물·농수산 부자재 등 부패 가능한 모든 유기물을 공기가 없는 혐기 상태에서 메탄 균을 이용해 발효시켜 메탄가스가 주성분인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장치다. 메탄 60% 이상으로 메탄 성분이 90%인 도시가스(LNG)와 비교해 열량에서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 성능은 동일한 연료인 바이오가스는 현재 취사용·발전기엔진 구동용 및 일반 차량용으로 사용된다.

더구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최종 유출되는 무취무색 액체는 90% 이상 발효된 질소비료로 농경지에 살포할 경우 농작물의 저항력 증대 및 지력 향상에 기여한다. 김금모 유니슨(주) 기술연구소 소장의 “한마디로 농작물에 코팅을 한다 생각하면 된다”는 설명에 방문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외에도 일부 유출수 잔량은 재처리 시설을 통해 농업용수로 사용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이렇듯 바이오가스플랜트는 저장조보급사업·공공처리·해양투기를 통해 대부분 축산분뇨를 처리해오고 있는 지자체·축산농가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런던협약에 의해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

유니슨(주)가 설치하고 관리하는 청양바이오가스플랜트는 국내최초 농가형 바이오가스플랜트로, 생산되는 메탄가스는 전량 발전기 엔진 구동용으로 사용돼 2007년 10월부터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4000두 규모의 돼지가 배출하는 분뇨를 하루 20㎥ 처리, 연 평균 400MWh의 전력과 753Gcal의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용량으로 한 달 평균 가정의 소비전력양이 300kWh라 가정할 때 1300가구의 한 달 사용량을 조달할 수 있는 양이다. 실제 청양플랜트는 지난달까지 2년간 280234kWh의 누적 전력을 한전에 생산·판매했다.

독일 바이오가스플랜트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개선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김 소장은 “사실 국내에서 수차례 도입이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실패하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것은 독일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려 했기 때문이다”며 “가스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발효가 잘돼야 하고, 발효가 잘되기 위해서는 잘 섞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술정착의 노력과 비법을 설명했다.

아울러 “축산분뇨와 기타 유기물을 통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면 현재 수급 부족량인 LNG 200만톤을 대체할 수도 있다”며 “이는 농가의 수익사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자신했다.

축산분뇨를 에너지·비료로 바꾸는 기술은 이제 먼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실정에 맞게 기술의 현지화도 이뤄냈다. 다만 단기적인 편리함에 기대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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