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23) 간화(看花)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23) 간화(看花)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5.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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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은 홀로 눈이 보이지 않는 그 꽃기운을 보네

꽃은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준다. 좋은 일이 있을 때 꽃을 보고,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꽃을 주고, 꽃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꽃은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냄새도 향기롭거니와 그 자태까지도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일 년에 한 번만 피는 꽃을 보려고 물을 주고 정성껏 기르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사람의 향기를 찾는 이도 있다 한다. 꽃을 보며 꽃의 기운을 본다고 하면서 자신을 한 떨기 꽃으로 승화시키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看花(간화) / 금석 박준원

사람들 꽃을 보나 나만은 꽃기운을 보네.

기운이 천지 가득 향기를 풍겨내니

나 또한 세상을 밝게 한 떨기의 꽃이요.

世人看花色      吾獨看花氣

세인간화색      오독간화기

此氣滿天地      吾亦一花卉

차기만천지      오역일화훼

 

나만은 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꽃기운을 보네(看花)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금석(錦石) 박준원(朴準源:1739~1807)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사람들은 많이들 우선 눈으로 보이는 꽃빛만을 보지만 / 나만은 홀로 눈이 보이지 않는 그 꽃기운을 본다네 // 꽃의 알찬 기운이 온 천지에 가득차 있나니 / 나 또한 한 떨기 꽃이 되어 의연해 지구나]로 번역된다.

위 시제는 [꽃을 보다]로 번역된다. 꽃을 보면서 꽃이 웃는다고 표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꽃이 질투하고 있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다. 자기만 보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꽃과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나타낸다. 꽃을 보는 마음은 즐겁고, 꽃의 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향기롭다고 한다.

시인은 꽃향과 어울리는 모양을 보지 않고 다른 이면을 보았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많이들 눈으로 보이는 꽃빛만을 보지만, 나만은 홀로 눈이 보이지 않는 그 꽃기운을 본다고 했다. 겉만 볼 줄 알지 알맹이를 보지 못한다는 뜻일 게다. 생생한 그 기운, 꽃을 틔울 수 있는 넉넉한 기운,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저력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얄팍한 사람일 게다.

그래서 화자는 꽃에서 풍기는 기운이 꽃에 가득하다고 하면서 화자 자신이 한 떨기 꽃이라고 한 것이다. 자신을 한 떨기 꽃이라고 한 생각은 적절한 표현이다. 긍정적이고 남에게 늘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고, 그렇게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기상과 넉넉한 기운을 보아야 한다는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사람들은 꽃빛 보나 나만 홀로 꽃기운 보네. 꽃의 기운 천지 가득 나는 한 떨기 꽃이 되네’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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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금석(錦石) 박준원(朴準源:1739~1807)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1786년(정조 10) 사마시에 합격하였고 이듬해 그의 딸이 수빈이 되자 건원릉참봉과 공조좌랑이 되었다. 1790년 수빈이 순조를 낳자 통정대부에 봉해지고, 호조참의가 되어 궁중에서 순조를 보도(輔導)하였다.

【한자와 어구】

世人: 사람들. 看: 보다. 花色: 꽃의 색깔. 꽃의 빛깔을 뜻함. 吾獨: 나는 유독. 看: 보다. 花氣: 꽃 기운. 꽃이 피어 있는 그 기운을 뜻함. // 此氣: 이 기운. 滿: 가득하다. 天地: 천지. 吾亦: 나 또한. 一花卉: 한 떨기의 꽃. [卉:훼]는 풀과 초목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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