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중국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등 뒤의 중국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9.04.2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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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얼마 전 시계와 관련된 전자기기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용산에 있는 전자상가를 찾았다. 아무리 수소문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도 광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제품인지라 결국 서울행 KTX를 타고 용산으로 향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전자제품이 모여 있다는 곳이니 필요한 제품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 기대에 찬 걸음이었다.

하지만 두 시간 가까이 인근의 선인상가를 비롯해서 용산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원했던 물건을 만나지 못했고, 남대문시장까지 찾아갔지만 그마저도 헛걸음이었다.

용산과 남대문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비슷한 제품만 보이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누구든 붙잡고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의 형태와 사양을 얘기했다. 기성제품이 없으면 제작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어디를 가든 내가 원하는 제품은 찾기 힘들고, 더구나 그런 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 기술자를 만나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중 한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들려준 얘기에 내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대한민국의 산업구조는 제조와 생산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중국산 제품을 유통하는 시스템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발길을 돌려 광주로 내려오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심란했다. 내가 찾는 제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생각 마디마디에 떠오르는 어릴 적 동네 어귀의 풍경이 더없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흑백텔레비전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작은 가게 한편에는 갖가지 부속품들이 놓여있고, 웬만한 고장은 납땜 한 번으로 거뜬히 고쳐내던 전파상 아저씨의 너털웃음이 떠오른 때문이었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트랜지스터라디오(Transistor radio)를 고치기 위해 늦은 저녁까지 가게를 밝히던 그 불빛이야말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자산이 아니었던가.

서울에서의 실망감이 사라지기도 전에 LG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휴대폰 생산 공장을 외국으로 옮긴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면서 약 2천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희망퇴직으로 감축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2005년에도 구로공단과 청주 등에 흩어진 휴대폰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한 바 있으니 평택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 국내에서의 휴대폰 생산은 완전히 중단되는 것이다.

관련 업계의 통계와 보도를 종합해보면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술력까지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연이어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LG전자의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1위의 태양광 제품 회사가 상장폐지 대상에 오르는 일이 발생하면서 중국의 기술력이 얼마나 우리에게 위협적인가를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중국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등 뒤까지 쫓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두 번 세 번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살펴봐도 등 뒤에까지 쫓아왔다던 중국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 시력이 나빠진 탓이 아니다.

이미 앞질러 간 중국을 뒤를 돌아보며 찾고 있었으니 눈에 보일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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