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름, 전자정부!
부끄러운 이름, 전자정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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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차량이 무인속도단속 카메라에 의해 적발되었기에 그 사실을 통지합니다'

회사원 이승규씨(43·광주시 서구 치평동)는 정말이지 기가 찼다. 벌써 세번째가 아닌가. 6개월전 승용차를 팔아 소유권을 이전했는데도 여전히 그 차량이 위반한 교통법규 관련 고지서는 날아오고, 더욱이 해당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고 '번지수 틀림'을 거듭 설명했는데도 바로 잡히지 않다니….

정부 각 부처간의 전상망이 통합은 커녕 연계 공유조차 되지 않아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애꿎은 시민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같은 지방세과에서 교통과로 매번 사람을 보내 디스켓으로 차량 등록 자료를 백업받아 입력하는 등 같은 관청내에서조차 전산망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일선 행정기관 차적조회 전산망의 변동 자료가 경찰 전산망에는 수개월씩 늦게 업데이트되는 바람에 이미 폐차시키거나 다른 사람에게 판 차량에 대한 차량압류고지서나 교통법규위반 고지서 등이 원래 차주에게 통지되는 등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전자정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경찰 전산망 6개월째 업데이트 안돼
원래 차주에 범칙금 고지서 3차례나
번지수 잘못찾은 고지서 하루 수만통
부처간 전산망 공유안돼 행정력 낭비


이씨는 이 가운데서도 심한 경우에 속한다. 이씨는 지난 3월 3일자로 자신이 몰던 광주1구57×× 엘란트라 승용차를 팔아 소유권을 이전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5월, 난데없이 광주1구57×× 가 속도위반을 했으니 경찰서로 나와 확인하라는 통지가 자신에게 날아왔다. 이어 한달 뒤쯤 다시 이 차량이 다른 곳에서 속도위반을 했다는 통지가 왔고, 지난달 16일에는 광주 운암동에서 또 속도위반을 했다는 속도위반사실 고지서가 배달됐다. 6개월새 3번씩이나 자신이 이미 팔아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된 차량의 위반사실을 통보받은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행정착오의 원인은 일선 행정기관과 경찰의 차적조회전산망이 분리돼 양 기관간에 자료 공유와 연계가 되지 않기 때문. 이 때문에 이씨의 경우는 관할 서구청 전산망에는 이전 차량의 소유권이 이전돼 새 차주의 인적사항이 기록돼 있으나, 서부경찰서 전상망에는 6개월이 넘도록 여전히 이씨가 차주로 기록돼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경찰은 주기적으로 행정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백업받아 경찰청 주전산망에 입력하는 수작업을 벌여왔으나, 지난달부터는 망통합작업을 구실로 아예 이같은 작업도 손을 놓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그동안 매월 5회씩 광주시 전산실로부터 차량관련 변동 자료를 백업받아갔으나 8월이후에는 광주시측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채 데이터 백업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지방경찰청이 백업한 자료가 다시 본청 전산실로 올려진 뒤 입력되기 때문에 자료갱신이 많게는 수개월씩 늦어질 수 밖에 없는데다 이마저 한달 이상 중단돼 행정력낭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부경찰서측은 "이같은 사례로 인한 민원전화만 하루 평균 100여통이 넘게 걸려온다"고 말해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경찰의 교통법규 관련 고지서는 전국적으로 하루에만 수만통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정부 행정전산망의 연계 미비로 인한 행정력 및 예산낭비가 지적되고 있다.

이와관련, 경찰청 교통과 전산실 관계자는 "그동안 16개 지방자치단체에 사람이 직접가서 디스켓으로 변동자료를 받아오면, 다시 이를 취합해 입력해 왔다"며 "지난 3일부터는 건설교통부에서 같은처리방법이긴 하지만 매일 1일 변동자료를 받아 수정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타부처에 대한 전산망 연동문제 등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기 때문에 전자정부법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조회기능이 가능한 '공유개념'의 통합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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