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농민값이다.
쌀값은 농민값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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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시상에 쌀한가마에 13만원 밖에 안된다고 해라"
"아! 쌀이 남아돌기는 뭐가 남아돈다고 저 지랄들인지 몰러"

부지런히 김장용 배추밭을 일구던 60줄을 넘어서는 아주머니들(농촌에서는 60대는 할머니축에도 못낀다)이 불안한 마음으로 쌀값 타령이다.

지난 봄 100년만의 왕가뭄을 피땀으로 이겨내고 황금빛 넘실대는 풍년의 기쁨을 누려보기도 전에 "쌀 대란, 재고량 급증, 쌀산업 전면수정"등 쌀값 하락을 기정사실화 하는 정부와 언론의 발표로 인해 우리 농민들의 가슴은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 보다 더 깊게 갈라지고 타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에서 발표한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기만적인 "쌀수급 및 가격안정대책"은 우리 농민들에게 한숨과 허탈감을 넘어 현정부에 대해 분노와 배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쌀대책에 농민들 한숨만...

도대체 쌀문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재고량 급증과 소비부족이 어디 농민의 책임이란 말인가? 언제한번 우리 농민들이 애써지은 쌀값을 직접 흥정하여 가격 결정을 해 본적이 있었던가? 툭하면 물가인상 운운하며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으로 쌀값을 묶어 놓은 자가 누구이며 밭에 콩, 감자등 보다 논에 심어야할 나락을 심을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을 만든 자가 누구란 말인가.

현재의 쌀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쌀정책의 일환이며 2004년 쌀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정부의 쌀에대한 구조조정(농사꾼에 대한 대량해고)이 그 주범이다.

일관성 없는 쌀정책과 수입개방으로 인해 모든 농산물가격이 연쇄폭락을 하면서 그나마 정부수매를 통해 가격이 안정적인(물론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쌀농사가 농가소득의 절대적 비율을 차지해 왔는데 이제 쌀마저 관세화를 통해 수입을 자유화하고 쌀값을 낮춘다면 우리 농민들은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한단 말인가?

쌀시장개방으로 농민 대량해고 위기

정부의 논리대로 재고량이 문제라면 인도적 차원이나 통일을 대비하여 북에 조기지원을 통해 쌀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재고량을 안고 가면서 발생하는 정부부담과 그로 인한 쌀가격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소득감소분을 계산한다면 몇 배 이익이라는 것을 왜 애써 모른 척 하는 것인가?

북에 실질재고량 300만석을 보내는데 드는 약 5천억원 보다는 쌀값 10% 하락에 따른 농가손실 1조원과 농민들의 민심 이반이 훨씬 크다는 것은 세살배기 아기들도 아는 사실일터.

쌀은 우리 농업의 근본이자, 곧 우리 농민이다.

쌀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축소하고 농업소득 보장을 위한 아무런 대책없이 민간 시장으로 내모는 것은 결국 쌀을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우리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정부의 대농민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쌀 대책 정부책임 포기 말라
대북 쌀 지원으로 쌀문제 숨통 풀자


이에 우리 농민들은 통일을 대비한 적정 생산량과 농지확보, 농가소득보전을 포함한 식량자급 계획을 잠자고 있는 '농업농촌기본법'에 명시하여 통일을 대비한 농업정책을 수립할 것을 절실히 촉구한다. 만약 이러한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들이 조속한 시일내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청와대앞 나락적재투쟁 및 각종 영농자금 현물상환, 세금납부 거부 등 김대중정부를 반농민정권으로 규정하고 퇴진투쟁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농촌에서는 들판이 황금빛으로 출렁일수록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민란의 새싹이 소록소록 돋아나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풍년가를 부르며 태평성대를 노래할지, 녹두장군 전봉준의 기개를 희망하며 투쟁의 깃발을 드높일지는 김대중정부의 획기적인 농업정책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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