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혁의 원동력은 양심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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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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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열사추모사업회 이윤정 회장>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지만 않았어도, 준배는 다른 민주열사들처럼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존중받을 수 있었을 거예요."

'이적단체 한총련'과 겹쳐진 채 과거 속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 이름 김준배.

최근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는 97년 당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투쟁국장으로 수배를 받던중 경찰의 검거를 피하다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발표된 김준배씨(당시 26세. 광주대 졸)의 죽음과 관련해 그간 조사결과를 오는 9월 3일 중간발표에 이어 10일 최종 발표한다고 밝혔다.

아직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진상규명위측은 김씨의 죽음엔 경찰측이 깊숙히 관여했다는 증인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김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4년간 계속된 경찰측의 '단순추락사' 주장과 유족측의 '경찰의 과잉검거'라는 대립에 방점을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김씨의 사인 진상규명에는 특히 한 사람의 노력이 눈에 띈다.

97년 김준배씨의 사망 이후 김준배열사추모사업회를 도맡아 꾸려온 이윤정씨(여. 47. 前 광주시의원).

거칠고 낮은 길 찾아가는
80년 운동권의 '누님'


이석, 이종권씨 사망사건까지 겹쳐 '한총련=폭력집단=이적집단'으로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던 상황에서 한 젊은이가 못다한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뛰어든 이씨였다. 청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그가 걸어온 삶이 가져온 필연으로 주위에선 보고 있다.

80년대 이 지역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이씨를 지금도 '누님'이라고 부른다. 80년 5.18 당시 광주YWCA간사였던 이씨는 항쟁의 기간과 마무리 과정을 보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고 하는 자는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힘 없고,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5.18항쟁동지회 회장 활동을 비롯해 80년대를 줄곧 이 지역 여성 사회운동가로서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화운동의 주력이었던 학생들과 자연스레 만나게됐고, 그 가운데 김준배도 있었다.

광주시 의원으로 활동하다 공안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고 있던 97년, 김준배의 죽음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감옥에서 준배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 먼저 준배의 어머니를 떠올렸어요. 학생운동권 전체가 매도되는 험한 상황에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를 진한 가슴으로 꼭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98년 4년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그녀가 맨 먼저 한 일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옥바라지할 조직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발벗고 나서서 광주전남양심수후원회를 만들었다. 처음엔 그의 집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어요. 한총련의 죽음은 학생운동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지요. 어떻게든 학생운동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양심수후원회. 김준배열사추모사업회.
광주전남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회의 등
그가 몸담고 있는 활동의
공통점은 '뒷바라지'



그의 활동은 김준배열사 추모사업회로도 이어졌다.

추모사업회는 김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신계승을 위해 만들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회장 배은심)를 중심으로 '민족민주열사 명예회복 및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422일간의 국회 앞 천막농성에도 함께 했다. 그 결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됐고, 현재 김씨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상태다.

추모사업회의 '열사정신계승'을 위한 활동은 최근 광주시 각 구별로 진행된 통일대축전행사에서 특히 돋보였다. 이씨는 김준배열사추모사업회장의 자격으로 남구통일축전추진본부의 추진본부장을 맡아 행사를 이끌었다. 그것이 김준배씨가 살아생전 가고자 했던 '애국의 길, 통일의 길'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심수후원회, 김준배열사추모사업회, 광주전남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회의 등 그가 몸담고 있는 활동들은 '뒷바라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의원으로서 시민대중과 '밝게' 만나던 때와 달리 스스로 거칠고 낮은 곳을 찾아 묵묵히 실천해온 날들이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광주전남본부 역시 그가 선택한 길이었다.

시대의 양심 지키는 사람이 절실해요
국가보안법, 한총련 문제도 시대의 양심문제


"시대적인 양심을 지키는 일이 오늘의 지성인들에게 절실해요. 양심을 지키는 사람이 존중되어야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관한 문제예요. 준배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양심과 학생운동의 양심을 지키고자 했어요."

그래서 그는 김준배의 이름이 국민 앞에 정당하게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이 풀리고, 국가보안법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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