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증 앞세운 은행들 ... 사채 장사하나
무보증 앞세운 은행들 ... 사채 장사하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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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신용카드로 사채 장사하는가. 변형된 현금서비스인가.

은행권에 고금리 소액신용대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보증신용대출이라는 명목으로 사채에 준하는 고금리 소액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이 늘어나 눈앞에 보이는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카드론은 일정 기간 신용카드를 소지한 고객이면 은행이 정한 기준에 따라 돈을 빌려주면서 고금리의 이자를 챙기는 것이어서 기존의 현금서비스 이용을 확대시킨 결과로, 카드 연체가 늘어나게 되면 신용사회 질서만 혼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20%대 고금리 소액신용대출…저신용 카드고객 무보증대출 확대

외환은행은 지난 27일부터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 해주는 '예스 캐시론'을 취급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1년 이상 경과한 고객 중 3개월 재직한 급여 소득자와 1년 이상 사업체를 운영해 소득세 납세 실적이 있는 자영업자에게 100만∼7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해준다. 대출 기간은 최장 2년까지로 하며, 대출금리는 연13.75∼17.75%를 적용하는데 기존 신용대출 금리(연9.5∼12.25%)보다 높다.

그러나 외환은행 측은 대출금리가 현금서비스 수수료보다 10% 이상 낮고, 원금 상환도 현금서비스는 사용후 1개월 뒤에 전액 상환해야 하지만 이 상품은 최장 2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주택은행도 지난 11일부터 그동안 신용대출이 불가능했던 상당수 고객을 대출가능 고객군으로 흡수하는 등 은행이 별도로 정한 신용등급을 적용, 무보증 신용대출 대상을 확대했다. 이들 고객군에는 기존 고객층(연9.4∼13.1%)보다 높은 연14∼17%까지 대출금리를 적용한다.

제일은행은 소액의 긴급자금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간단한 서류만으로 무보증 고금리 신용대출 '퀵캐시론'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만 20세 이상 개인으로 6개월 이상 재직 중인 급여소득자, 1년 이상 영업 실적이 있는 자영업자, 배우자의 소득 및 직업이 확인되는 주부를 대상으로 최저 50만원부터 최고 700만원까지, 연13.9∼22.9% 금리로 대출한다.

대출취급 수수료는 대출 금액의 1%, 대출기간은 1년∼2년 이내로 매월 원리금 분등 균할 상환하는 조건. 대출한도도 10만원 단위로 적용하고 있어 현금서비스 이용 체계를 변형시킨, 고리의 사채시장 거래와 양태는 비슷하다.


변형된 현금서비스…수익 챙기기 급급…신용불량자 양산 우려

이들 상품은 신용도가 낮아 기존 신용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른바 저신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은행들이 대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자 만들어 낸 출구 상품일 수도 있기 때문.

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과 비교하면 금리 부담이 당연히 크다. 그러나 마땅한 대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돈을 돌려써야 하는 고객은 사금융이라도 찾는다"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앞에 놓인 미끼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 수요를 겨냥하고 상품을 내놓았다. 저신용 고객이라면 떼일 위험을 안고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대출을 들고 나온 이유는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연체가 되고 부도가 나더라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제 막 취급을 시작한 이들 상품의 본격 이자 상환일이 도래하기까지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은행이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을 노린 상품 판매로 무분별한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신용불량만 유도하게 된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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