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감상이 아니라 우리 삶에 영향 미치는 현실이다
통일은 감상이 아니라 우리 삶에 영향 미치는 현실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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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15방북단 강정구 교수의 방명록 사건이 한바탕 큰 파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두고 '평양 광란극'이라는 극단적인 입장에서부터 '순수한 통일열정'이라는 호의적인 반응, 또는 '철없는 행동'이었다든지 '단순한 헤프닝'을 일부 세력들이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주장 등 다양한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난무하는 의견들을 두고 남북갈등보다는 '남남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우려와 분단의 극복과정에서 한번쯤은 거쳐야 될 '진통'으로 보는 입장이 또 나뉘고 있다.
남북문제를 두고 요즘처럼 여러 가지 이견들이 한꺼번에 노출된 적은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사고의 경직성과 획일성은 상당부분 완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일문제를 두고 점차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는 이념적 스펙트럼의 한 축에 민주노총이 비교적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지역에서의 통일관련 행사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박오열(36) 통일위원장(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광주지부 부위원장)을 만나봤다.

"통일을 '민족의 염원'이라는 당위성만으로 접근하다 보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우려가 있다"

박위원장은 "남북통일이 이뤄지고 국방비가 줄어들면 그 비용으로 무상교육의 폭이 훨씬 확대돼 국민들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며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통일논리가 세워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통일위원장직을 맡고있는 그는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우선 노동조합원들부터 '일상적 통일운동'이 절실하다"고 표현했다.
거창한 통일관련 프로젝트 추진이나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조합원 한명이라도 더 통일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조그만 부분에서 실천해나갈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

박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한의 직총이 함께 했던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의에서 결의한 노동자 실천단을 꾸릴 계획이고 올해 말까지 100명의 실천단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통일관련 행사를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경찰과 행정기관 또는 정보기관의 간섭과 방해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한 박위원장은 "이같은 사실 자체가 통일운동이 정당성을 얻어가고 대세라는 점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위원장은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직된 사고방식은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북한 바로보기 운동 등 적대적 감정을 줄이고 남북이 공생관계에 있다는 시각이 확산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노동절 행사 때 북한을 방문했던 박위원장은 당시 만났던 북한 동포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예를 들며 회상했다.

박위원장은 "통일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축복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분단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통일운동에 있어 노동자들이 중심에 서고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각 분야에서의 대규모 교류를 통해 직접 남과 북의 실상을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박위원장은 "이번 8ㆍ15방북단 파문은 남과 북의 당국자들의 서투름이 빚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 정부가 지난해 노동당 창당대회 참관시에는 별다른 말을 않다가 이번에 방북단 일부를 구속한 것은 지나치고 북한 당국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적극적 해명과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는 것.

박위원장은 "수십년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이니만큼 이를 얼마나 잘 가꾸고 내용을 채우며 구체화시킬 수 있는가에 통일운동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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