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드는 '교육' 만큼 중한 게 어딨소
사람 만드는 '교육' 만큼 중한 게 어딨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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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떠나 '혼자 하는 말'로 교육하는 이영의 선생>

"교육은 모든 것을 만든다. 정치, 경제 문화, 체육…,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란 정말 어렵다. 물론 교육이 만능은 아니다. 수백, 수천명 인간을 학교 현장에서 모두 완전하게 육성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부끄러움은 없다'고 좀더 잘하지 못한 것을 자위하고 안심한다면 교육자가 아니다."

바른 교육이 바른 사람을, 바른 사회를 만든다. 진정한 교육자가 있을 때 가능하다. 교육 현장에서 그런 삶의 길을 고집했고, 그 현장을 떠난 지금도 바른 교육을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이영의(76)선생의 교육 철학이요,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42년간 학생 교육에만 전념하다 지난 1989년 광주서석고 교장을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났다. 그는 42년 교단생활은 물론이고, 그 뒤 12년 세월도 같은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사는, 이 시대 어른이다.


89년 서석고 교장 끝으로 42년 교직생활 마감
현장서 못다한 교육 글로 풀어내


교육자의 옷을 벗은 지금도 삶, 그 자체를 교육(?)하고 있다. 그가 걸어온 '바른 사람 만들기' 위한 교육 현장의 길을 그의 제자들이 '바른 사람 닮기'의 길로 따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글쓰기로 가르친다'. "내 글은 수려한 문장으로 잘 다듬어진 문학이 아니다. 교육이다"고 강조하는 그는 오늘도 문득 어떤 생각이 스치면 펜을 들고 원고지를 메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채운 원고지(200자)가 1만장을 넘는다.

이 글들은 모두 책으로 묶어냈다. 이달말 출간 예정인 '혼자하는 말 5'를 포함해 모두 10권. 이 중 딱 한 책만 정가를 매겨 판매했을 뿐(여기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음) 모두 비매품으로 내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혼자하는 말'로 시작한 그의 '글쓰기'는 처음 시작과는 달리 시리즈가 되어 5권째 선을 보이는데, "내 스스로 교육 현장에서 못다한 교육 실천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 풀어내고 있다.

서석고 교장 시절. 1988년 6월16일의 일이다. 오후 수업시작 종이 울렸는데 1·2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보충 지도와 자율학습 폐지를 요구하며 집단 수업거부를 한 것.

"교육을 모르는 아이들의 '부화뇌동'하는 군중심리인데, 분쟁의 승부란 '시비'가 아니다. 이길 수 없다." 3시간의 대치 끝에 교장으로서 결단한다. "좋다. 오늘부터 폐지한다!". 아이들은 환호하는데, 슬픔이 가슴 가득 찼다. 교육자가 교육 현장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순간이었다.


학생-선생간 신뢰깨지면 교육 위기
'바른 사람 만들기' 교육의 길 끝없다
"난 지금도 교육공부 하고 있는 중"


그리고 5일 후 학교를 물러나기로 결심하고 사표를 냈다. 학생 대표가 찾아왔다. "보충지도와 자율학습은 어제오늘 현안이 아니고 30년도 넘은 현안이다. 이런 것을 잘못 결정하는 교장은 자질이 없다. 또 선생과 학생과의 관계는 신뢰가 생명이다. 너희들은 하기 싫어도 내가 '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알고 따라야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산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 나는 이런 교장은 안 한다. 그래서 나는 학교를 물러난다."

다음날 다시 학생 대표가 찾아 왔다. "교장 선생님께서 하라시는대로 하겠습니다." 그로부터 9일 뒤 보충지도와 자율학습이 정상화되면서 학교 수업의 공백도 마무리됐다.

이는 대표적 사례의 하나. 이러한 교육 현장을 다스리지 못한 책임의 한계를 스스로 느끼면서 이듬해 2월 9년간 몸담았던 서석고 교장을 끝으로, 교
육계를 나왔다.

국어교사로 교직에 들어선 그는 교장도 16년간 했다. "교장으로서 신뢰가
없으면 학생이나 선생을 다스리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 교육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교육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시 서석중·고는 54학급이었다. 3천여명 학생을 놓아두고 나온 책임 안다. 월급을 뿌리치면서, 직업을 버리고 나올 형편도 아니었다."

흔히들 "후진 위해 용퇴한다라는 말을 한다. 나의 교육관이나 처세관은 아니다. 내가 서석을 나온 뒤 서석고 학생을 주축으로 한 학생운동이 격렬했다. 항간에 내가 '그걸 예견하고 사표냈다'는 말도 나왔다. 듣기 거북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까지 감당하는 것이 교육자의 몫이기도 하다."

교육이, 교육이 아니면 내놓는 것이다. '있을 곳이 아니면 있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보는 눈이다. 그래서 서석을 스스로 나왔다. 다른 학교에서도 매번 그랬다.

예를 들어 "좌담회에 나가서는 하고 싶지 않은 말을, 여전히 이렇게 혼자 한다(쓴다)". 여기에 함축된 의미가 심장하다. 스스로 교단을 떠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난 중등학교 교원이었을 뿐, 대학교수는 못했다. 대학교수의 글은 학문일지 몰라도, 나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교육하기 위해 글쓴다." 그래서 무엇보다 "교육자들이 많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는데…"라며 말끝을 삼킨다.

<이영의 선생 연보>
1925년 광주(당시 전남 광산군 서창면) 출생
1944년 서울 휘문중 졸업
1948년 국학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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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45년 2월 나주 문평국교 교사
1948년∼69년 광주상업중·수피아여중·정광고·나주중·여수·전남여중·광주여중 교사
1971년∼74년 무양중·나주한독공고·나주버드실중 교감
1974년 5월∼75넌 4월 나주버드실중 교장
1976년 3월∼77년 9월 순천금당고 교장
1980년 2월∼89년 2월 광주서석고 교장


=이영의 선생이 강조하는 <교육의 기본>=

1, 목적하는 인간상
이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상으로서 궁극의 인간만이 아니라 현재의 학생상이어야 한다.
(1)바른 사람 (2)능력있는 사람 (3)일하는 사람
(바르기만 하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어도 행동하지 않거나, 능력이 있고 행해도 바르지 못하면 무가치하다.)

2. 행동 강령
교사는 학생의 시범이 되어야 한다.
(1)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분별한다. (지혜)
(2)해야 할 일은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안 한다. (행동)
(3)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하는 것답게 온전하게 한다.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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