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서 뺨치는 학생생활 지도일지
경찰조서 뺨치는 학생생활 지도일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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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연합 소속 학생 학교측 보고서>
<경찰조서인지...>
<지도일지인지...>


광주 중ㆍ고등학생연합 소속 학생을 상대로 학교측이 경찰조서와 비슷한 지도일지를 작성, 광주시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이 단체를 바라보는 교육당국의 경직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각박한 입시제도 속에서 청소년들의 권리를 찾아보겠다며 결성된 중ㆍ고등학생연합이 초기부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교측은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있는 박군을 상대로 지난 7일 광주 중ㆍ고등학생연합의 결성목적과 배후, 회장을 맡게 된 이유, 집회동기 등 7가지 항목을 조사한 학생생활지도일지를 작성, 광주시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지도일지에는 박군의 소속과 주소, 부모의 직업 등을 기재한 뒤 지난 5일 있었던 발대식과 관련, '적발장소', '적발일자', '적발내용', '적발교사' 등 용어를 사용, 애초부터 학생들의 자발적 기구를 불온시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또 조사내용들도 '누구에 의해 결성했는지', '무슨목적으로 결성했는지, 왜 회장이 됐는지', '결성집회를 갖게된 동기' 등 '학생지도'와는 전혀 다르게 취조에 가까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지도일지에 따르면 박군은 학생인권과 학교자율화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됐으며 서울 중ㆍ고등학생연합과의 이메일 교환을 통해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박군은 지난 20일 "진술 당시 학교측의 대응이 너무 강력해 당황한 상태에서 말씀드렸던 것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 뒤 다시 상담을 할 때 명확하게 나와 우리 단체의 입장을 밝혔고 오해가 될 수 있는 부분에서도 해명했다"고 말했다.

또 박군의 진술에서 우연찮게 배후로 지목된 전교조측은 "지난 4월 전남고에서 있었던 체육대회에서 잠깐 찾아와 이들 학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 뿐인데 마치 전교조가 배후에서 이 단체결성을 배후조종한 것처럼 지도일지를 꾸민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민주적 자치활동을 보장해줘야할 학교에서 무조건 이들을 불온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적발' 등 용어사용 범죄행위 취조 방불
"권리찾기 활동에 지나친 인권침해" 지적
'자치활동 옭아매는 교칙개정 운동' 확산


한편 박군에 대한 취조형식의 지도일지 작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억제하고 있는 각 학교의 교칙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학교측이 광주 중ㆍ고등학교 학생연합의 활동이 '불법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크게 두가지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캠페인 활동 등이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교칙에 위배된다는 것.
박군은 "발대식을 할 때도 집회신고를 했었던만큼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며 "뚜렷한 근거도 없이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으니까 불법단체라는 식의 인식은 문제점이 있으며 학생인권보호차원에서도 교칙개정운동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학교의 교칙은 학생자치활동의 합법성을 학교장이 규정하도록 돼 있어 학교장이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단체활동이나 자치활동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권운동사랑방과 광주 청소년 인권센터, 광주인권운동센터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인권을 찾자 교칙을 찾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각 학교 교칙에 나와있는 반인권적인 조항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권운동센터 최완욱 사무국장은 "사회의 민주화가 일정부분 이뤄지고 학생들의 인권의식, 민주의식도 점차 확산돼가고 있는데 학생들의 활동을 규정하는 교칙들은 대부분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이나 그 이전에 제정된 것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이 많다"며 "학생들의 활동을 교칙에 의거해서 무조건 불온시하기보다는 교칙개정을 통해 학생들이 확고한 인권의식과 민주적 소양들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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