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부고, 학생연합회장에 '활동하려면 학교 그만둬라'
조대부고, 학생연합회장에 '활동하려면 학교 그만둬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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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하려면 자퇴해!>

청소년 권리찾기 나선 광주학생연합 회장에 학교측 강요


학생인권단체를 표방하며 나선 광주 중고등 학생연합이 출범 초부터 학교측의 통제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됐다.
광주 중고등 학생연합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분류될 수 있는 청소년들이 권리찾기 차원에서 구성한 단체라는 점에서 향후 인권유린 시비를 낳을 수 있어 큰 관심을 끌고있다.

지난 5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2가 우체국 앞에서 출범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광주 중고등 학생연합 회장을 맡고있는 박형준군(17ㆍ조대부고 2)에게 학교측이 자퇴를 유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군은 "지난 16일 학교측에서 활동을 그만둘 것과 계속하겠다면 자퇴할 것을 요구했다"며 "여기서 물러선다면 이후 이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어 활동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학생연합이 출범한 이후부터 박군은 수차례 학교측에 불려가 진술서 작성과 탈퇴를 종용받고 여러 행사 현장에서 담당교사의 지도를 받는 등 자율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대학 진학에 방해" 시교육청 "학교측 결정 사안"

학교측은 "이들의 활동이 100%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선 대학에 가야 할 학생들이 다른 활동에 전념한다면 지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군에 대해서도 정 이 활동을 해야 한다면 다른 학교로 전학가거나 자퇴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의사를 타진해 본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담당교사는 "박군을 비롯한 학생들이 아직 성년이 아니어서 사리판단을 할 수 없고 신문이나 전교조에서 나온 이슈들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학 후 전 직원 회의를 열어 다른 학생들에게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지만 정 안되면 (학사처벌조치 등)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생단체의 불법성 여부는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교육청으로서는 학교측의 조치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배의구 중등교육과장은 "이들 학생단체가 주장하는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와 자립형 사립고 반대의견은 학생으로서 성급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학교측이 박군에게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광주지부는 조대부고측의 입장과 자세에 크게 반발하고 나서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학생 자주적 인권노력 탄압땐 동참하겠다" 성명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난 17일 '학생인권운동에 자퇴를 권유하는 조대부고 당국에 분노하며'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의 삶의 권리에 대해 자주적 의사표현을 하는 학생들의 노력에 대해 교육자가 기성세대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자퇴' 운운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도리가 아니다"며 "이들의 노력이 체험을 통한 민주학습이자 지역사회의 봉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학생들의 자주적 인권운동에 대해 반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탄압이 되풀이되면 전교조는 민주적 시민단체와 연대해 청소년 인권옹호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박군은 "학교개혁과 학생인권 등 우리들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려는 단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된다"며 "어른들이 자신의 어렸을 때를 돌아보고 좀 더 긍정적인 차원에서 우리를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중고등학생연합은 지난 5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출범식을 갖고 지난 15일 상무공원에서 열린 5ㆍ18 락페스티발 행사장에서 학교운영위에 학생참여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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