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험하다' 주최측에 행사중단 권고했었다
경찰 '위험하다' 주최측에 행사중단 권고했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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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시민단체 주최로 광복절에 열린 '섬진강 건너기 행사' 참가 어린이 4명이 물에 빠져 숨진 사고는 주최측의 안일한 대응 등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물놀이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주최측이 ▲경찰의 사전 행사중단 권고 ▲수상안전요원 배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무시한 채 행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부산YMCA주최 섬진강 건너기 행사
참가 어린이 4명 익사 사고
행사주최 시민단체 안전 불감증이 원인
경찰 행사 중단 권고 무시, 전문 안전요원 배치 안해


<사고경위>

광복절 15일 오후 1시 10분께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수변공원 앞 섬진강에서 추수민(6·광주 북구 두암동 현대아파트) 주승연(6·" 문흥동 금호타운) 이가연(6·" 일곡동)양과 김태오군(7·" 남구 방림2동) 등 어린이 4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또 같이 물놀이를 하다 빠진 박범석군(7· " 남구 방림 2동) 등 3명은 구조됐다.

이날 사고는 부산과 광주YMCA가 공동주최한 '통일염원 섬진강 건너기'행사에 참가한 광주YMCA '아기스포츠단'소속의 이들 어린이 7명이 점심을 먼저 먹은 후 구명조끼 등 보호장비나 수상안전요원의 안전관리도 없는 상태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일어났다.
행사에는 부산과 광주에서 어린이 350여명과 학부모 등 1600여명이 참가했으며, 점심식사 후 휴식을 취한 뒤 오후 2시부터 안전로프가 설치된 폭 100m의 강을 헤엄쳐 건너오는 행사를 계획했었다.

<문제점>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안전사고가 많은 강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수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행사를 치르면서도 주최측은 경찰에 사전 협조요청을 하지 않았다. 관할 하동경찰서측은 "지방청으로부터 행사차량 안내 지시만 있었지 행사단체로부터 인력 지원 등 협조요청은 없었다"며 "사전에 정보과를 통해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직원 동원령을 내려놨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행사장소가 평소 물놀이하는 장소가 아닌데다 당일 오전에 18~20㎜의 비가와서 위험하다고 판단, 광주 주최측에 행사를 취소할 것을 권했으나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장에 훈련된 전문 수상안전요원이 없었다는 점. 주최측은 부산에서 40명, 광주에서 70명 등 자체적으로 110명의 안전요원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정작 사고시점과 현장은 이들의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각지대나 다름 없었다.

특히 경찰은 " 수상안전요원이라고 한다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 일정구역에 배치돼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고 훈련된 사람을 말하겠지만, 주최측이 준비한 이들은 그런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이번 사고와 관련, 주최측의 과실여부를 가리는 단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경찰측도 경찰과 소방대 해병전우회 등 100여명을 배치했지만, 대부분 사고현장 하류쪽에서 강건너기 행사에 필요한 안전 준비를 하느라 미처 참사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날 참사를 당한 어린이들이 모두 광주지역에 몰려 있는 점도 광주YMCA가 조금만 더 안전조치에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부산지역의 참가 어린이들은 이날 행사장에 도착, 버스에서 내릴때부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데 비해 광주지역 어린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또 "사고가 난 후에도 인원파악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없이 우왕좌왕하다 시신이 인양된후에야 부모들도 자기 애인 줄 알 정도였다"며 주최측의 사고 뒷 처리방식도 성토하고 있다.

<광주YMCA 대책 및 수사전망>


광주YMCA는 16일 유가족 및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사죄의 말씀'을 발표하는 한편, 금남로회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사고수습대책위원회(위원장 최협 이사장)를 구성했다.

임직원들은 '사죄의 말씀'을 통해 "이번 사고는 안전조치를 완벽하게 이행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로, 이 불행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희생된 어린이와 유족들께 깊이 머리숙여 사죄 드린다"며 "이 일을 수습하는데 모든 정성과 최선을 다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찬용 YMCA사무총장은 "할말이 없다. 이쁜 애들 데리고 가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사고원인과 관련해서는 "안전요원은 많이 있었는데 제때 배치를 못했다"며 "유가족들과 상의해 보상문제 등을 처리하겠으며, 절대 도망가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최협 수습대책위원장 역시 "정말 면목없고, 책임을 통감한다. 유가족의 의견을 잘 들어서 성심을 다해 수습하겠다"고 말하고 "주최측의 잘잘못 등은 수사가 진행중인만큼 경찰수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수사중인 하동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단계이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봐야하기 때문에 뭐라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들지만 전체적으로 주최측이 안전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말하는 등 과실혐의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두고 있다. 과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광주지역시민단체들은 16일 오후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주도로 단체대표자 및 실무자들이 합동분향을 하는 등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이날 보성 득량만으로 2박 3일간의 어린이캠프를 떠나는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각별히 안전문제에 신경을 쓰는 등 예기치 않은 시민단체 주최행사의 안전사고 참사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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