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건너기 익사사고- 주최측 뭐했나
섬진강 건너기 익사사고- 주최측 뭐했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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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건너기 익사사고, 사후약방문>

8월 15일 광주YMCA와 부산YMCA가 주최한 섬진강 건너기 행사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입니다. 아이들이 사선을 넘어서는 데도 지켜주지 못한 부모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만. 15일 밤 9시 뉴스를 지켜보고 비록 유명을 달리한 네 아이의 영면에 뉘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무언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8월 15일 밤 9시 MBC뉴스에 따르면 사전에 YMCA측이 "사고가 날 우려가 있으니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돌보라"고 얘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일 참여한 저를 비롯해서 다른 부모들이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분은 없습니다.
(잠시 본론과는 관계없지만 언급할 부문이 있어 곁가지로 적습니다. 지역과 관련된 소식을 다루는 9시 광주MBC뉴스는 가관이었습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서"라고 사고원인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참으로 입이 딱 벌어집니다. 어디서 그런 취재를 한 것인지 대단합니다.

광주MBC뉴스 사고원인 보도 어디서 취재했나

설명드리자면 따가운 햇살 때문에 밥을 먹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져 식사를 마친 아이들에게 차마 가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음을...
"땀이 비오듯 쏟아져 물에 가게 됐다"는 것을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라고 잘못 표현한 것은 아닌지 광주MBC에 묻고 싶군요.)

당일 아침 9시에 각각 광주YMCA 금남로회관, 서구지회, 광산지회 학부모와 아이들은 11시경에 하동 악양마을 모래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한 개회식을 마치고 이어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개회식 이전에 현장에 먼저 도착했던 아이들은 아침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따가운 햇살이 비추자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광주YMCA 금남로회관 노훈오 간사 등 몇몇이 섬진강 중간 부분에서 아이들을 통제했고 이 때는 아이들이 물놀이 즐겼습니다.
그리고 개회식, 그리고 점심시간. 부모들보다 이른 점심을 마친 아이들은 다시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부모들이 점심을 마치고 아이들을 찾아간 10여분 사이에 사고가 난 것입니다.

이미 유명을 달리 한 아이들에게 무어라 변명할 것입니까?
사후약방문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몇가지 문제들을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 YMCA측이 제공한 버스로 현장에 간 부모들은 스포츠단 교사들의 설명을 통해 이번 행사에 150여명의 수상안전 요원들이 함께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들 모두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그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요? 물론, 그들도 점심 식사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물에서 놀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게 쉽게 방치할 상황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150여명의 수상안전요원 무얼했나

만약 이들이 개회식 이전 상황에서처럼 절반씩 나뉘어서 점심을 먹고,
아이들을 곁에서 지켰다면 하는 죄많은 부모의 어처구니없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더군다나, 사후약방문식 사고이지만 당시 부산YMCA소속 아이들은 본 행사인 섬진강건너기에 입게 되는 구명조끼를 이미 착용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왜 이들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는지... 물론 이 역시 죄많은 부모의 허망없는 희망일 뿐입니다.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을 양보해서 제 자식을 사지로 내몬 부모들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해둡시다. 그러나 사고 이후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광주YMCA, 특히 금남로회관 관계자들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먼저, 사고가 난 것을 이미 인지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사태를 점검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직후에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3명의 아이들은 신속한 조치와 병원 후송으로 별다른 증세없이 빠르게 구명되었습니다.

그러나 Y관계자들은 혹시라는 의문을 갖고 부모들에게 자신의 아이가 없는지를 확인해주라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자신의 아이가 보이지 않다는 부모들의 확인 요청에 소극 대응했고, 실제로 사고가 났던 3명의 아이들이 소속됐던 금남로회관 한세상반(30명), 한나라반(30명) 아이와 부모를 소집해 점검하는 모습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시에 정찬용 광주YMCA사무총장, 김농채 금남로회관 관장, 김기전 담당부장, 그리고 스포츠단 교사들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이송된 하동병원 현장에서는 그 모습을 뵐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 참여자 모두 구명조끼 착용

제가 처음 구조된 3명의 아이들과 병원에 간게 1시 30분경이고, 뒤늦게 부모들의 요청으로 구조작업에 나서 구조된 1명의 아이가 들어온 게 1시간 뒤입니다. 물론, 앞의 3명의 아이들은 그나마 무사하기 때문에 달리 찾아볼 필요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후 구조된 아이들은 모두 사경을 헤매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그게 2시30분 이후 상황입니다.
제가 퇴원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선 게 4시경인데, 1시간 30분이 지난 상황인데도 광주YMCA 금남로회관 책임자들의 모습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생명 특히 아이들의 생명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을 것입니다.
생명이 아니더라도, 아이 때문에 놀라고 깍 막혀버린 부모의 가슴을 쓸어내려줄 그런 애정마저도 없었던 건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병원에 이송됐다는 소식도 대개는 제가 병원에서 현장에 있는 제 처에게 알려서 부모에게 전달됐습니다. 병원에 책임자가 없으니 당연히 현장 지휘본부의 연락처를 알길이 없었겠지요. 또한 아이 소식을 들은 부모는 경찰차나 주변 학부모의 차 또는 본인의 차로 병원에 달려왔습니다. 광주YMCA 책임있는 위치에 계신 분들은 모두 버스로 오셨거나 아니면 도보로 거기에 오셨을 것입니다.

사고 책임 부모에 떠넘기는 인상 참을수 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사경을 헤매는 자식의 소식을 들은 부모들을 병원에 신속하게 도착하도록 하는 노력을 했겠지요?
이번 익사사고를 지켜보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최종 책임은 여전히 회사 또는 단체, 그리고 행사 주최가 아닌 참여자 개개인에 있는게 우리 사회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사고 대처에 참 놀랍게 대처한 분들이 MBC와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부모들에게 위험 상황을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고가 났다고 태연히 얘기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숭고한 가치를 내세운 사회단체가,그것도 사랑이라는 종교이념을 바탕으로 한 단체가 어린 아이들의 생명 앞에서 보여준 태도와 대처가 그런 것이라면 하는 자괴감마저 듭니다.

마지막으로, 씨랜드 참사, 인천 카페 화재 등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그걸 남의 얘기로만 들었던 죄많은 부모들의 안일에 너무나도 한이 맺힙니다.

아직도 우리리 사회가 애들의 생명을 다루는데 둔감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많은 교훈을 통해 배웠음에도 쉽게 믿어버리다니...이 시간 너무나도 가슴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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