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유치 대화로 풀었다
혐오시설유치 대화로 풀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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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지만 내 집 앞에는 안돼'라는 집단 님비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 한 지역에서 이른바 '혐오시설'의 유치를 놓고 주민과 건축주, 지방의원 등 3자가 오랜 대화 끝에 합의를 도출, 모처럼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을 받고 있다.


광주 북구 동림동에 '장례식장'을 갖춘 지하1층 지상7층(연면적 9,913㎡)규모의 중앙병원(대표 정우영)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6월.

병원신축 놓고 주민 반대운동

느닷없이 장례식장이, 그것도 자신들의 아파트로부터 불과 10여m거리에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우미아파트 주민들은 즉각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병원 신축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자 병원측은 '장례식장'을 단순한 '시신 안치실'로 바꾸는 등 설계 변경을 통해 무마에 나섰으나 주민들은 주거생활권 침해와 공사로 인한 소음. 진동. 지반침하 등 각종 피해발생, 주차. 위생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비용문제 등으로 약 10여개월 소강상태를 보여오던 양측의 갈등은 지난 7월 건축주가 주민들에게 사전통보 없이 병원부지 터닦기 공사를 강행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주민들은 진행중인 공사를 중지시키는 등 즉각 실력행사에 나섰다.
다시 문제가 꼬이며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던 양측의 대립은 그러나 주민대표와 지역의원 등이 '대화로 풀어야할 것'이라는 원칙아래 건축주와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집단행동. 법적 대은 대신 대화로 협상

주민대표들과 지역출신 박찬식 의원 등은 건축주와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며 협의결과를 수시로 주민총회에 공개하고 전체주민의 의사를 되물었다.


또 건축주도 주민요구를 '법적대응'보다는 '민원회의'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렴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결국 모두 다섯 차례의 밀고 당기는 대화를 통해 지난 7월 하순 합의에 이르게된 것. 양측은 ▲병원 주차시설 추가확보 ▲일체의 장례시설 설치 운영금지(단 안치실 가능) ▲설계상의 출입구(2곳) 폐쇄 ▲옹벽설치 및 조경으로 응급실 차단 ▲아파트 쪽 창문 폐쇄 등에 합의했다.

구의원나서 주민 건축주 합의 이끌어

대화를 중재한 북구의회 박찬식 의원(동림동)은 "합의도출이 쉽지않아 어떤때는 오전부터 자정까지 마라톤회의를 진행하면서 양측간의 입장을 조율하기도 했었다"며 "집단행동이나 법적대응을 피하고 양측간의 성숙한 대화자세가 이번 합의를 이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동석 주민대책위원장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주려는 건축주의 자세가 신뢰감을 갖게 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아파트 주민들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힘을 실어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 입장 이해 '열린해결' 좋은 선례 남겨

건축주 정우영 한솔내과 원장도 "아파트 주민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를 진행해온 것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합의내용에 대해 서로 100% 만족은 않지만 최선의 방안으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며 공사 중에 발생하는 모든 불편사항에 대해서도 주민위주로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민원해결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집단시위와 힘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같은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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