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들 - 이문열 두개의 소설
악령들 - 이문열 두개의 소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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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가
중평리라는 백양사 밑에 있는 마을의 한 가운데 길을 걷고 있었다. 큰댁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우리집까지 가는 길 중간에는 700년 가량묵은 정자나무가 있다 그 정자나무 주변에는 인가가 없다.

아니 인가가 있긴 하지만 길의 한쪽에만 그것도 등을 돌린 담벼락만 을씨년스럽게 서 있을 뿐이다. 길의 그 반대쪽은 다랭이 논이 몇개 붙어 있고 예전 전쟁통에 수많은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골짜기로 연결되어 있다. 정자나무 밑은 골짜기에서 나오는 길과 연결되어 삼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 길을 걷고 있다.
희미한 달빛에 나무며 길가의 풀들의 윤곽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제법 선명하게 보인다. 어렸을적 큰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갈떄나 놀러갔다가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갈때 나는 그 정자나무 밑을 100미터 단거리 선수처럼 통과하곤 했었다.

이문열의 "달아난 악령"과 "사로잡힌 악령"

본래 무섬증도 많이 있었지만 그 곳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를 지날때면 늘 몸에 모든 털들이 고슴도치가 화났을 때 처럼 뻣뻣하게 곤두서곤 했다. 지금은 큰댁도 내가 나고 자랐던 우리집도 그곳엔 없다.

그런데 40의 나이에 내가 큰댁에 놀러를 갔고 그리고 예의 그 공포스런 정자나무 밑 길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자나무가 가까워 올수록 몸과 맘은 공포의 포로가 되어갔다.

앞만을 주시했다.
정자나무 밑을 막 통과하려는 순간 골짜기 쪽으로부터 한 여자가 빠르게 내앞을 지나 저만큼 앞서 갔다.

여인의 머리는 긴 단발이다. 40대 초반의 여인이고 키는 큰편이다.
연한 보라색(요즘은 꿈에서도 색깔이 보인다)의 옷이 목에서 발끝까지 죽 덮고 있다.

내 걸음은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걷는 속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때 나의 인기척을 느낀 듯한 그녀는 잽싸게 몸을 돌려 길옆 코스모스 밭으로 숨었다. 코스모스밭은 감나무밭과 함께 있다. 나의 몸은 점점 그녀와 가까워 지고 있었다. 사람 키를 넘는 코스모스 밭에 그녀가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길쪽 그리니까 나를 향에 서 있었다. 거의 그 여인의 앞이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나는 어느새 여인의 앞에 서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녀의 얼굴 부근은 새까만 어둠뿐 얼굴의 윤곽이 보이지 않는다.

숨이 막히는 공포가 밀려들면서 나의 입에서는 공포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맘과는 달리 입밖으로 시원하게 나오지도 않는 이 신음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자고 있는 나의 귀에도 뚜렷이 들려왔다.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들 무렵. "여보! 왜그래, 응!" 아내가 나를 흔들었다.
눈을 떴다.
"꿈꿨어요?"
"응"
집사람은 심장병환자다.
그래서 그녀는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귀신에 쫒기는 꿈을 날마다 꾸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궁핍한 삶에 마음졸이다가 심장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결국은 심장수술을 했다. 덕분에 지금은 많이 건강해 졌지만 지금도 그 귀신은 가끔씩 나타나 괴롭힌다고 했고 내가 없으면 잠을 못자는 경우도 있다.

그런 그녀에게 귀신 꿈을 꾸었노라고 얘기 할 수는 없었다. 귀신은 없다며 혹시 꿈에 나타나면 싸워서 이겨라하고 평소에 강의해 왔던 나로서는 참 민망했다.

나는 몸을 돌려 다시 잠이 든 척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악령은 늘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다.
귀신이 있다고 믿건 믿지 않건간에 꿈이나 현실에서 그런 악령과 마주친다는 것은 죽는 것보다 더 공포스럽다.

이문열씨가 지난 90년대 중반에 발표한 두개의 소설이 있다. 그 두소설의 제목에는 악령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달아난 악령"과 "사로잡힌 악령"이 그 소설들이다.

'달아난 악령'이라는 소설은 전교조의 담임선생으로부터 불온한 교육을 받은 한 아이가 일탈을 하고 그것으로 고통받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즉 딸을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시키면서 딸의 아버지가 그것으로 부터 겪어야 하는 고통을.

'사로잡힌 악령'은 유신시대에 권력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옷을 벗은 인권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이땅의 운동권들이 저항시인이 반독재라는 대의 속에 숨어 얼마나 많은 거짓을 말하고 있으며 얼마나 뻔뻔한가, 그리고 얼마나 천박한가, 또한 그 비열함의 정도는 얼마인가를 폭로하며 저주하고 있다.

이문열에게 운동권은 악령이다. 운동권에 대한 이문열의 적개심은 한계가 없다.

그는 이 소설들에서 악령들에게 십자가를 내밀거나 그들의 심장에 비수를 박아 다시는 인간세상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영원히 사라지게 하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그 악령들은 모두 도망가 버렸거나 거대한 악에 갇혀 버렸다고 단정했다. - 소설가 유시춘님의 말 중에서

내가 꿈에서 악령을 대하고 극단적인 공포속에서 단말마적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 났듯이 이문열은 이땅의 시민운동과 개혁세력과 민주세력을
보면 극단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그 악령들을 징치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근거도 박약하고 논리도 없는 언어폭력을 거침없이 해대고 있는 것이다.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령을 물리치는 사도의 사명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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