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요양병원 폭행 사건, 내부폭로에도 증거인멸 기회
광주시립요양병원 폭행 사건, 내부폭로에도 증거인멸 기회
  • 변원섭 객원기자
  • 승인 2017.09.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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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검사, 12일간 압수수색 증거인멸 방치 책임 물어야

지난 7월 7일 광주시립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노인환자 폭행의혹사건이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매일 아침 출근시간 광주검찰청정문에서 열리는 1인 시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광주시는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수탁기관인 의료법인 인광의료재단과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솜방망이로 마무리하려던 광주광역시 행정

광주시의회에 보고된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료‧간호기록부 미기재부문으로 의료인(의사, 간호사)에 대한 자격정지(15일) 및 고발검토와 정신병원 입원 관련 서류 미비 부문으로 과태료 80만원을 부과 할 예정이란 요지로 보고됐다.

현장조사에서 시립병원 관계자는 CCTV에 대하여 “영상은 송출되나 녹화가 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나아가 지난 7월 13일 광주시의회에서 개최된 긴급 현안 보고 및 진상조사에서 피고소인은 “환자 보호실의 CCTV가 녹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을 얘기했다.

당시 좀 더 상세히 관찰 했더라면 조작된 가짜 CCTV영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 조사자 중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등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 광주시 인권옴부즈맨도 특별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광주시는 폭행여부와 인권침해는 검찰 조사결과를 보고 행정처분 할 것이며, 위탁운영 자격 박탈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행정에서 사건을 솜방망이 처분으로 유야무야 마무리 할 작정이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내부 공익제보 불구 12일 동안 증거인멸 기회줘

사건발생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8월 10일. 사건발생 시간에 CCTV가 녹화 중이었다는 내부 직원의 결정적 공익 제보가 나왔다.

제보를 받은 당일 오후, 피해자 측 변호인은 해당 검사에게 요양병원에서 증거를 인멸 할 수 있으니, 지금 즉시 압수수색을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검찰은 공익제보자를 소환하여 조사를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당시 광주지방 검찰청 담당검사인 박혜란 검사는 압수수색 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참다 못 한 시민사회단체는 일주일 후인 8월 17일 공익제보자인 이모 씨의 동의하에 광주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건 당시 CCTV 녹화 장면은 시립요양병원 상급자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시민사회단체의 내부자 고발 폭로 기자회견 5일 이후. 8월 22일 검찰은 뒤늦은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결정적인 제보를 한지 무려 12일이나 지난 후였다.

결정적인 내부 직원의 공익제보 이후 12일 동안 시립병원 측 입장에서는 CCTV 녹화장면을 삭제하고 증거를 없애버리는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속이 타고 가슴조이는 시간동안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어떤 사유에서 검찰이 증거 인멸 기간을 주었는지 확실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은 광주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증거인멸 묵인하는 검찰을 규탄 한다’, ‘증거인멸 묵인 해온 검찰은 해명하라’, ‘환자폭행 증거인멸 세금 탈루 박인수 이사장 구속하라’ 라는 문구로 1인 시위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12일 동안 증거인멸 기간을 준 것에 대하여 응답이 없다.

뒷북치는 광주시 행정

광주시는 CCTV 조작과 녹화 장면 폐기 폭로 등으로 지역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다급한 나머지 계약 인광의료재단의 해지를 선언했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재발방지 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시는 해당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함하여 ‘시립병원혁신TF팀’을 구성해 혁신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수탁자와의 인수인계 시까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병원 운영, 원활한 인수인계 적극 협조,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여 환자보호에 최선, 시의 공무원응 파견 근무토록 하여 특별지도감독하고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의를 일으킨 박인수 이사장 ‘2017 자랑스러운 전남대인 선정’

폭행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인수 광주 시립제1요양병원 원장 겸 인광의료재단 이사장은 지난 6월 전남대학교 개교 65주년을 맞아 ‘2017 자랑스러운 전남대인’에 선정되었다.

또한 전남대 의대 총동창회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료계와 지역 복지기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폭행 사건으로 박인수 이사장이 약 15년여 동안 시립병원을 수탁 운영해오면서 폭행과 인권침해를 일삼아 온 것이 아니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박인수 이사장은 환자 폭행뿐만 아니라, 세금탈루 협의로도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병원 측은 공익 제보자를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해당 직원을 해고 하려는 등 강한 징계를 시도하다가 여론에 지탄을 받자 취소하기도 했다.

한편,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은 광주광역시가 의료법인 인광의료재단에게 15년 전부터 위탁하여 운영 중이다. 광주시는 2020년 3월 16일까지 인광의료재단과 계약이 채결되어 있었으나 이번 노인환자 폭행사건 파문으로 위탁을 취소했다. 새로운 수탁자를 선정할 때까지는 3개월에서 늦으면 5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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