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3천원 내면 상 줄께? - '엉터리' 미술대회
4만3천원 내면 상 줄께? - '엉터리' 미술대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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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상대로 미술대회를 열고 입상자들에게 고급상패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 미술단체가 물의를 빚고 있다.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5학년 노모양은 지난 5월 (사)한국청소년미술협회라는 단체에서 주최한 전국청소년미술대회에 정물화를 출품한 뒤 지난달말 방학이 시작되면서 특선에 입상했다는 입상통지서를 받았다.

입상통지서에는 '입상을 계기로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어린이의 꿈과 미래가 밝아지리라 생각한다'는 설명과 함께 '작품을 오래도록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 학부모는 그림상패를 신청해주기 바란다'는 요구사항이 포함돼 있다.

또 신청서와 상패대금 4만3천원을 8월 13일까지 접수시키면 개학후 각급 학교장이 시상토록 한다는 자세한 안내를 덧붙여놓았다.
정작 노양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자신이 그렸던 그림이 입상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입상통지를 받은 점이었다.


물 엎질러 훼손된 작품에 '특선' 통보
초등 응모 6천명중 1천여점 이상 선정


학교에서 나눠준 협회 직인이 찍힌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다 물을 엎질러 작품 자체가 심하게 훼손됐으나 어차피 다른 도화지에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제출했는데 특선에 입상하는 다소 엉뚱한 경우를 당했기 때문이다.

대구에 본부를 둔 이 협회는 지난 5월 한달동안 광주전남지역 30여개 학교를 상대로 이 미술대회를 치렀다고 밝혔다. 한 학교당 평균 200여명이 응모해 약 6천여명의 학생이 작품을 제출했다는 것.
협회 관계자는 또 이 가운데 1천여점을 입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혀 입상율이 상당히 높다. 또 최우수상이나 금상 등 정식으로 입상한 작품 이외에도 노양처럼 심사에서 밀려난 작품조차 특선이라는 입상순위를 매겨 실제 입상통지서를 받은 학생은 협회가 밝힌 입상자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패대금 4만3천원 입금 신청하라"
주최 (사)한국청소년미술협 사무실도 없어
입상자 수 늘려 상패주문량 확보 급급


상의 권위나 작품의 수준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입상자 수만 늘려 상패주문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학부모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상패주문을 안내하는 내용만 가득 담겨진 입상통지서를 받아보고 오히려 기분이 상했다"며 "엉터리 미술대회의 상혼에 아이들이 순수함이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회를 주최한 한국청소년미술협회는 대구에 자리잡고 있으나 변변한 사무실조차 갖추지 못하고 가정집에 세들고 있는데다 정식직원도 없이 아르바이트생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회의 공신력에 더욱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게다가 협회 관계자는 각 초등학교에 안내장을 보내 이에 응하는 학교에 200장씩 작품을 제작할 도화지를 보냈다고 밝혔으나 다수의 입상자를 낸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5월에 이 대회가 치러졌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에 응모한 학생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회에 작품을 냈다가 상패제작을 주문하라는 신청서만 받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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