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호남선비, 하서 김인후(5)
길 위의 호남선비, 하서 김인후(5)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7.04.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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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암서원에서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 필암서원에서

필암서원을 간다. 주소는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로 18번지이다. 장성군이 주관하는 청렴교육 강사로 출강하면서 필암서원을 일 년에 몇 번 가지만 이번 답사는 새롭다.

서원 입구에 문루인 확연루(廓然樓)가 있다. 이곳을 지나 서원으로 들어가는 곳에 ‘진입영역’이란 안내판이 있다.

▲ 필암서원 전경

안내판에는 필암서원 개요와 배치도, 그리고 각 건물별 설명이 간단하게 되어 있다. 찬찬히 읽어보니 매우 유용한 정보이다.

“필암서원은 선조 23년(1590)에 하서 김인후(1510∽1560)를 추모하기 위하여 제자 변성온, 기효간과 변이중 등의 발의로 장성읍 기산리에 세워졌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불 타 없어졌으나 인조 2년(1662)에 황룡면 증산리 마을에 다시 지었다.

현종 3년(1662)에 임금께서 ‘필암서원’이라고 쓴 현판을 내려주었으며, 현종 13년(1672)에 큰 물난리가 나자 추담 김우급을 비롯한 이 지방 선비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이어서 안내판에는 확연루, 청절당, 동·서재, 경장각, 우동사, 장판각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확연루의 설명은 “서원의 출입문과 유생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하는 문루(門樓)이다. 현판은 김인후 선생의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확 트여있고 크게 공정하다는 ‘확연대공(廓然大公)’에서 따왔으며 글씨는 송시열이 썼다”고 적혀 있다.

▲ 진입영역 안내판

#2. 청절당(淸節堂)에서

서원 안으로 들어가니 강당이 나온다. 필암서원은 배치가 특이하다. 보통 서원들은 입구 근처에 동·서재가 있고 그 뒤에 강당이 있는데, 필암서원은 강당이 먼저 있고 그 뒤에 동·서재가 있다.

강당 이름은 청절당(淸節堂)이다. 이 강당은 옛 진원현의 객사 건물을 옮겨지었다고 한다.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지은 김인후 선생의 신도비문중 ‘청풍대절(淸風大節)’에서 인용했으며, 글씨는 송준길(1606∽1672)이 썼다.

강당 마루에 올랐다. 앞에 청절당이란 현판이 있고, 기둥과 벽에 20개 가 넘은 편액들이 붙어 있다. 편액은 문묘종사 반교문 · 백록동 학규 · 제문등과 명사들의 한시 제영(漢詩 題詠)이다. 주1)

그러면 한시 제영을 살펴보자. 맨 먼저 본 것은 송강 정철(1536∽1593)과 청음 김상헌(1570∽1652)의 시판(詩板)이다.

먼저 송강 정철의 시이다.

동방에는 출처 잘 한 이 없더니

홀로 담재옹(하서의 다른 호)만 그러하였네.

해마다 칠월이라 그날이 되면

통곡소리 온 산에 가득하였네.

東方無出處 동방무출처

獨有湛齋翁 독유담재옹

年年七月日 년년칠월일

痛哭萬山中 통곡만산중

 

다음은 청음 김상헌의 시이다.

담옹(湛翁)의 풍절(風節)은 나의 스승이라

굳센 글씨 맑은 시 뛰어남을 독차지 했네.

당시에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스러워 마시오

후대에는 도리어 별운(別雲)이 있었음을 알리니.

湛翁風節是吾師 담옹풍절시오사

健筆淸詩更단奇 건필청시경단기

莫恨當時俱未識 막한당시구미지

後來還有子雲知 후래환유자운지

 

송강 정철과 청음 김상헌 시판 왼편에는 제봉 고경명(1533∽1592)의 시판이 있다.

▲ 청절당 안 정철과 김상헌 그리고 고경명의 시판

고경명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나섰는데 1592년 7월10일 금산 전투에서 순절하였다. 그가 죽자 호남에서는 전라 좌 · 우의병과 장성남문의병이 잇달아 일어났다.

그런데 고경명은 과거에 장원급제한 문인이었다. ‘마상격문’은 명문으로 알려져 있고 시도 잘 지었다. 고경명은 광주광역시 남구 포충사에 모셔져 있고, 묘소는 장성군에 있다.

그러면 시를 읽어보자

하서집을 읽고 讀河西集

높도다, 하서 선생이여,

하늘같이 높은 층계라서 오를 수 가히 없네.

선생이 이제 돌아가셨으니

선생의 도(道)도 묻히고 말았네.

高矣河西子

如天不可階

斯人今寂寞

此道已沈埋

보배로운 유고 난초와 흰 눈을 펼쳐놓은 듯

맑은 심성 목욕재계한 듯 깨끗하구려.

밝은 햇살에 비쳐진 선생의 문장,

되풀이 하여 세 번 읽어도 아쉬움만 남네.

寶稿披蘭雪

虛襟罄沐齋

文章方日下

三復有餘懷

 

주1) 한시 제영(漢詩 題詠)은 김장수 산앙회 이사의 도움이 컸다. (김장수, 청절당 제영 소감, 필암서원 산앙회보 25, 26 합병호, 2015.12, p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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