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사건' 또 재발, 이주한 시설에서도 학대 당해
'도가니 사건' 또 재발, 이주한 시설에서도 학대 당해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3.2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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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임원들, 이용자 장애수당 카드로 사적이익 챙겨
이용자들에게 곰팡이핀 빵 제공...입던 옷과 신발 팔기도

도가니 사건으로 광주인화학교 재단이 폐쇄된 후 같은 재단 ‘인화원’의 거주자 19명이 새로 이주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도 폭행과 금전착취, 인권침해 등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등 9개의 장애인 단체로 구성된 ‘가교행복빌라 셧다운 대책위원회’는 22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에게 “시설의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해달라”고 요구했다.

‘인화원’은 실제 도가니 사건의 피해자가 다녔던 광주인화학교와 같은 재단으로 19세 이상의 여성 장애인들이 살았던 거주시설이다. 도가니 사건으로 인해 재단의 법인 인가가 취소되자 ‘인화원’의 사람들 중 연고가 없는 19명의 장애인들은 ‘가교행복빌라’로 이전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이 새로 이전한 ‘가교행복빌라’의 임원들은 이용자들을 폭행하고 금전 착취, 인권 침해 등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재단(가교행복빌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박찬동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총 30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가교행복빌라’는 지은 지 10년도 안 된 건물이지만 장마나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운 겨울날 방 안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심지어 동상에 걸리기도 했으며 폭염 경보가 내린 날은 작은 선풍기에 의지하며 열을 식혀야 했다”면서 “이사장과 원장은 ‘지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자들의 결정권을 무시하고 옷을 구입했고 본인이 입던 옷을 이용자에게 팔았고, 그분의 장애수당 카드를 이용하여 개인 옷을 샀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곰팡이가 생긴 빵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직원들은 ‘간지님’이라 불리는 이사장의 애완견을 돌보느라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없었다”며 “선풍기로 더위를 이기고 있는 이용자들과 다르게 애완견이 놀러온 방에만 에어컨을 가동시켰다”고 비난했다.

임원들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시설 자금을 이용하여 후원자에게 축·조의금을 지급했다고 했지만 확인해보니 후원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2016년 한해 총 100만원 상당을 지불했다. 또 근무시간 중 이사장, 시설장, 몇몇 직원은 미용시술인 주름리프팅과 보톡스를 맞으러 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공익제보자가 광주장애인인권센터를 방문해 시설 안에서 발생한 폭행과 회계부정 등에 대해 알리면서 드러났고, 이후 광주장애인인권센터는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각각 고발과 진정을 하여 현재 경찰과 인권위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이사장에 대한 해임통보와 시설장에 대한 교체를 통보한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이사장과 시설장은 현재 억울하다며 청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찬동 위원장은 “청문 절차를 통해 ‘나는 억울해. 나는 잘못한 것 없어’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현재 울면서 자기반성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직원 분들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지역사회를 문란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사과하고 개선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고, 특히 이용자들과 시설의 직원, 분노를 자아내게 한 우리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역설했다.

김용목 목사는 “광주시에서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덕성과 전문성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고, 단 하나 ‘돈’만 있으면 여느 가게들처럼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며 “‘가교행복빌라’도 건설업자가 법인을 설립하여 전문성과 아무 관계없이 운영하는 등 첫 단추부터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목사는 “운영주체인 법인의 대표이사나 임원들, 대표이사의 친구, 건설업자의 친구 등 이런 사람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했다”면서 “사회복지 법인들이 사유화되어 자기 마음대로 정부 보조금, 후원금을 자신의 푼돈처럼 사용하는 것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장애인생활시설은 필요 없다”며 “윤장현 시장은 분명히 장애인생활시설 정책을 밝혀 이제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자립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책적인 지원과 예산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이런 일들은 반복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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