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20)-수용소 해방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20)-수용소 해방 이후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7.02.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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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 1945년 1월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었다. 이 때 실험 대상이 되었던 180명의 아이들을 비롯해 7,600여 명의 수감자들이 살아남았다. 해방일 10일전인 1월17일에 나치는 약 6만 명의 수감자들을 수용소에서 56km 떨어진 Wodzislaw(독일어:Loslau)까지 행진시켰다. 소위 ‘죽음의 행진’이었다. 행진 중에 15,000명이 죽었다.

나치는 1월21일부터 26일까지 제2수용소인 비르케나우에 있는 가스실과 화장장을 폭파시켰다. 흔적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2.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60년인 2005년에 유엔은 총회의 결의로 '1월27일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International Holocaust Remembrance Day)'로 선포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이 지닌 세계사적 의미에 비하면 홀로코스트 추모일이 60년이 지난 2005년에야 제정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1978년 미국 NBC방송의 미니시리즈 '홀로코스트', 1993년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2002년 ‘피아니스트’ 영화 등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의 참극을 안 지 한참 후의 일이었으니.

#3. 그러면 1945년 이후 지금까지의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대하여 살펴보자. 1945년 5월8일 독일이 패망하였다. 5개월 후인 1945년 10월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전범 재판이 열렸다. 피고들은 침략 전쟁 등의 공모와 참가, 계획, 실행과 전쟁 범죄, 비인도적 범죄(유대인 학살) 등의 이유로 기소되었다.

1945년 10월1일부터 1년간 열린 1차 전범재판에는 1급 전범 23명이 기소되었다. 헤르만 괴링 등을 비롯한 13명에 대하여는 사형, 루돌프 헤스 등 3명은 종신형, 알베르트 슈페어 등 4명은 징역형, 나머지 3명은 형이 면제되었고, 13명 중 음독자살한 헤르만 괴링과 체포 직전 할복한 카를 하우스호퍼, 전쟁 중에 행방불명되었다가 나중에 전사한 것으로 확인된 마르틴 보어를 제외한 10명의 사형집행은 1946년 10월16일에 실시되었다.

2차 전범재판은 유대인 학살에 대한 재판이었다. 1946년 12월부터 1949년 3월까지 열렸고, 유대인 학살 만행에 관여한 의사, 관료, 법률가 185명이 기소되었다. 피고 중 25명에게 사형, 20명에게 무기 징역이 선고되었다.

특히 2차 재판에서는 의사 20명과 의료행정가 3명이 기소됐다. 재판에 회부된 의사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포로를 사용한 인체실험의 윤리적 원칙들을 제시하면서, 7명은 교수형, 9명은 장기형을 선고하였다.1)

#4. 그런데 미국은 독일 패망 후 1,600여 명의 나치 과학자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소위 ‘페이퍼클립 (Paper clip)’ 작전이었다.2)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과학기술과 인적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페이퍼클립’에 강한 추진력을 부여했고 트루먼 대통령은 이를 공식 승인했다. 미국은 패망한 독일에서 최고의 과학자원을 찾았다. 한 가지 예로 20세기 초부터 1933년 사이에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인이 71명이나 되었고, 원자폭탄, 탄도미사일, 사린가스, 로켓 포격 기술, 생화학무기등 첨단병기와 세균 무기는 기술미치광이인 히틀러 시대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의 페이퍼 클립 작전 과정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나치 흉악범들이 법의 심판을 피하는 혜택을 받았다.3)

1) 나치전범재판을 계기로 다시는 비윤리적인 실험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10가지 기본원칙을 담은 '뉘른베르크 강령'이 1947년에 제정됐다.

2) 이 작전명은 미국으로 이송될 정치범들의 서류를 ‘페이퍼 클립’으로 표시한 데서 유래되었다.

3)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731부대의 만행은 생체실험 정보를 미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은폐되었고, 731 부대장 이시이 시로는 도쿄 전범재판 개시 직전에 석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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