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부지의 주역철학③
왕부지의 주역철학③
  • 이황 만암주역학연구소 소장
  • 승인 2016.12.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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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황 만암주역학연구소 소장

왕부지는 말하길 “건(乾)이란 지극한 강건함이요 곤(坤)이란 크나큰 따름이다”고 하였는데, 이는 하늘의 운행은 굳세고 강건하여 그침이 없고 일정한 법칙성을 가지고 운행하며 땅은 유순하게 하늘을 따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건곤은 이 우주를 생성하는 본원이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를 다시 말하여 건곤을 원(元)이라 칭하게 된다. 그 원이란 사물에는 모두 근본(本)이 있게 되고 일에는 시작이 있는데 이를 이른바 원이라 한다는 것이다. 건이란 순수하여 쉼 없는 강건한 덕(德)으로 기화(氣化)를 제어하고 사시와 만물에 운행되어 각각 그 궤도를 순환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그 기(氣)만을 따르게 하는 것이겠는가? 만물의 본원이요, 원래 그 자리에 있는 만물 만상에 자리한 리(理)가 그리 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왕부지는 리와 기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리는 단지 기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 “리는 오직 음양의 신묘함을 본뜨는 것이요, 기야말로 음양의 실제”가 됨을 강조한다.

그 리는 또 곤(坤元)도 되는 것이다. 그 음이 엉기고 쌓여서 형체가 이루어지고 여기에 마땅히 기가 있게 되는 형기(形氣)가 된다는 것이다. 음기의 재질은 엉기고 쌓이는 것이어서 형기를 생성하게 되지만 양기의 펼쳐짐을 따르기 때문에 이를 곤덕(坤德)이라 한다는 것이다. 굳세게 앞으로 나아감은 없지만 유순하게 건덕을 따르기 때문에 그 양기의 펼쳐짐에 복종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음은 양이 아니면 시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그 양은 음의 재료를 빌려서 만물을 낳게 된다는 이치를 말한 것이다. 이렇듯 건과 곤은 태화인온의 기(원고 ①에서 설명함)가 만물을 형성하는 기능으로 이 모두가 원(元)이 됨을 그는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주역』은 “건곤을 함께 세워서 처음 시작”으로 삼는 것이다.

음양(순양괘인 건과 순음괘인 곤을 말함)은 그 자체가 지극히 충분한 것으로 나머지 62괘의 변통(變通 : 변하여 만사만물에 두루 통하는 이치)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금의 요원함과 천지 사이의 큰 것, 한 물건의 체성과 한 사건의 기능에도 음은 있는데 양이 없을 수 없고, 양은 있는데 음이 없을 수 없으며, 땅은 있는데 하늘이 없을 수 없고, 하늘은 있는데 땅이 없을 수 없다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주역』에는 소위 ‘역의 3대 법칙’이라 하여 삼역이 있는데, 그 중 변역(變易)의 이치가 있다. “쉼 없는 변화의 역동성”이라고 해두자. 즉 천(乾)의 역동성이다. 왕부지가 강조하는 변역론은 장재의 기일원론(氣一元論)을 계승하여 하늘(천)을 기로 환원하여 지칭한 것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음양(각 괘의 양효와 음효)이 여섯 위에 시현됨으로써 각 효의 자리(位)와 그 때(時)에 따라 특수하게 작용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세상만사는 모두 각기 자리가 있고, 때에 합당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몰라 세상이 어지럽게 되고 여기에서 길흉이 생겨나는 것 아니겠는가?

지위가 낮은 이의 작은 과실은 그 피해가 극소하지만 지위가 높은 이의 과실은 그 피해가 온 백성 또는 인류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집 도우미의 부정한 행위는 고작 그 한 집의 조그마한 피해에 그치지만 일국의 통치자의 과실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를 『주역』에서는 때(時)와 자리 또는 위치(位)라 하며 이에 서로 응하는 것끼리의 조응관계가 길흉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주역』에서는 정응(正應), 불응(不應)이라 한다.

음과 양으로 응이 잘 되어 있으면 이는 상하관계, 협력관계이며 이상적이다. 여기에는 부정함도 불법도 끼어 들 여지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음과 음, 양과 양의 관계는 불응의 관계로 만사만물이 비틀어지게 되어 있으며 바르지 못한 일이 일어나 흉하게 되는 것이다. 군신관계도 이와 같은 것으로 오늘의 박근혜 정권의 실상이 오롯이 잘못된 시와 위의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멀리 있는 응의 관계(효와 효 사이)를 외면하고 가까이 있는 효와 효 사이에 양 위에 음이 있어 올라타는 형국(乘)이면 부정한 일이 생기게 되고, 음 위에 양이 있으면 이는 따른다(升)는 관계가 되어 원만하게 되나 그 반대면 마치 박근혜 위의 최순실이가 상왕이 되듯 잘못된 일이 일어나는 흉을 만나게 되는 것을 이른 것이다.

이렇듯 이 시와 위의 왕래가 여섯 자리에서 음과 양으로 서로 갈마들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변역’이라 하는 것이다. 왕부지는 이를 천․지 사이에서 그침이 없이 유행하고 있으니 모두가 생(生)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큰 덕을 생이라 한다. 이를 낳고 낳는 것을 역이라 한다.(生生之謂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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