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수연합은 촛불민심에 대한 배반이다
신보수연합은 촛불민심에 대한 배반이다
  • 이상걸 정치학 박사
  • 승인 2016.11.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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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걸 정치학 박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국민의 분노와 항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거리에 나선 국민의 수가 독재정권 마지노선이라는 3.5%도 넘어섰다. 이제 탄핵절차, 특검, 국정조사라는 전방위적 법의 심판이 헌법을 유린하고 불법을 자행한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지금 개헌을 추진하자는 세력들이 토론회를 열거나 모임을 갖는 등 전열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김무성을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와 박지원 대표 등 국민의당 일부, 그리고 제3지대를 표방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다.

87년 개정된 이후 30여년이 지나도록 유지되고 있는 현 헌법은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현 헌법은 6월항쟁 승리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를 골간으로 한 주권재민원리, 지방자치의 원리, 국민의 자유권적 기본권 등 절차상 민주주의의 원리가 담겨져 있긴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의 폐단을 보완할 권력분립 장치, 지방분권의 원리, 통일조항, 경제적 독점의 규제나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실체적 민주주의의 내용 등이 보완될 필요가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개헌의 시기와 방법,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개헌을 꺼내들면 촛불민심을 분산시킬 개연성이 있다. 특히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세력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개헌의 양상과 본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사실 87년 헌법개헌도 6월항쟁의 주도세력인 시민들은 제외된 채 제도정치권의 논의로만 이루어졌고, 여야 동수로 구성된 8인회의의 나눠먹기식 협상의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6월항쟁 주체인 국민의 실체적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항쟁을 진행 중이다. 광장의 컨센서스는 헌법유린과 사적 방탕을 저지른 위임받은 권력을 해체하고 구체제를 혁파하라는 것이다. 국민이 헌법의 주인이라고 볼 때 현재 광장에서 제기되고 만들어지고 있는 공론(公論)적 요구는 나중에 새로운 헌법에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광장에 나선 국민의 열기와 요구를 도외시하고 지금 개헌하자는 세력들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의도를 들여다보면 첫째, 개헌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지형부터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4년중임제나 내각제 등의 권력구조를 개헌하게 되면 선거의 지형이 크게 변화하게 되므로 이에 따른 정치적 기회를 엿보려는 것이다. 둘째, 개헌을 고리로 새로운 합종연횡이 가능하게 된다. 지금 개헌부터 하자는 세력은 공통적으로 친박과 친문 패권의 종식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친박의 패권종식이야 권력을 사유화해온 집권세력이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친문의 패권은 당권을 잡고 있는 주류인 것은 맞지만 패권이라기에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박, 친문을 제외한 세력의 결집이 비박계와 반기문, 그리고 이들이 제3지대와 만나고, 보수언론까지 아우르는 신보수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비박계의 대표주자인 김무성은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세력의 결집을 주창하고 나섰지 않는가?

이렇게 된다면 90년 민자당 3당합당에 버금가는 보수야합의 출현이 될 것이며, 민자당 3당합당이 특정지역의 고립을 위한 지역연합이었다면, 신보수연합은 민주세력을 고립시키고 촛불 민심을 왜곡하는 반민주연합이 될 것이다. 개헌은 구체제의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후에, 광장에 나선 국민의 위임을 받은 민주정권이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신보수연합의 확장을 막고 촛불민심을 올바르게 반영할 수 있다. 아울러 보수의 재집권을 막을 수 있다. 또다시 죽 쒀서 개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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