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 72. 팝스코러스
우리동네 재주꾼 72. 팝스코러스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6.11.0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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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 만병통치약은 함께 부르는 팝송
▲ 김재신 회장이 가운데에 앉아 '팝스코러스'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팝 음악이란 단어는 1926년 '인기 있을만한 매력이 있는' 음악이란 의미에서 사용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로는 하나의 대중음악 장르로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로큰롤의 가벼운 버전으로 생각을 하였다. 팝음악은 대중가요 라는 의미이지만, 한국에서는 팝 음악을 대중가요(K-pop)와 팝송(특히, US-POP)을 나누어서 본다.

귀에 낯익은 외국 팝송(US-POP)이 들린다. 반사신경을 건드린 것인지 익숙한 후렴구에 입이 알아서 흥얼거리고 저절로 몸이 리듬을 타게 된다.

Hey baby~

I think I wanna marry you~

들썩거리는 어깨를 진정시키고 이미 시작 전부터 브루노 마스의 'Marry You'에 심취해 팝송을 즐기고 있는 ‘팝스코러스’ 팝송 동아리를 찾았다.

단원들은 대부분 장년층의 여성들이었다. 남성은 딱 한 명이란다. 그러다보니 이날 모인 연습현장은 수다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김재신 회장의 말에 따르면 항상 이렇게 활기가 넘쳐서 흐른다고 한다. 그 힘의 원천은 카세트에서 크게 틀어져 나오는 팝송으로 보인다.

북구 일곡도서관은 주민들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팝송 동아리 ‘팝스코러스’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일곡도서관 지하1층 문화창작실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열 댓명의 단원들이 모이니 다들 여러 팝송의 악보와 가사가 적혀있는 파일을 한 개씩 꺼낸다. 김재신 회장의 “7번노래 시작합니다”라는 말에 언제 어수선했냐는 듯 모두 책을 펴고 노래에 맞춰 부르기 시작했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Marry you 등 귀에 익숙한 유명 팝송들을 한 자도 빼지 않고 따라 부르는 모습들에서 많은 연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재신 회장에게 팝송을 가르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이에 김 회장은 “저는 원래는 영어공부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어요. 그러다 노래도 하나씩 불러보자 했던 게 너무 재미있다보니 노래만 부르고 싶은 분들이 생겨난 거예요”라며 “일곡도서관에서 동아리방을 제공해준다는 말에 좋아하는 사람 몇몇이 모여서 팝송 동아리를 만들게 됐죠. 그때가 2001년이네요”라고 말한다.

이어 김 회장은 “그러다 2005년에 팝송교실의 강사가 되면 어떻겠냐고 섭외가 왔어요. 저는 그냥 팝송을 좋아하던 아줌마였는데 너무 잘돼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거죠(웃음)”라면서 “제가 만든 팝송반도 많았어요.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문화센터, 교회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시작했죠”라고 강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김 회장은 “그 후 2009년에 몸이 좀 안 좋아져 한 3년 정도 쉬게 됐어요”라며 “그러다 2012년에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됐지요”라고 말한다. 약 15년 동안 이어온 팝송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힘든 점은 없냐는 물음에 김 회장은 “영어는 다들 읽을 줄 아셔서 크게 힘든 점은 없지만, 빠른 템포의 곡을 익힐 때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면서 “느린 곡으로 바꾸자는 원성이 자자했었지만 오랜 연습으로 지금은 다들 빠른 곡을 더욱 즐기시고 계신다”라고 답하고, 뿌듯하게 단원들을 바라봤다.

어려서부터 팝송을 좋아했다던 신경옥 단원은 “신창지구 주민센터 팝송교실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어요”라며 “집이 호남대 근처인데 여기까지 와요. 좋아하니까”라고 말한다. 그 사이 옆에 있던 김 회장이 “이 분이 저보다 팝송에 대한 애정이 커요”라고 추임새를 곁드린다.

이어 신경옥 단원은 “그냥 여기서 노래하고 나면 몸에서 힘이 솟고 다른 일을 할 때도 활력이 생겨요. 몸에 있던 독소가 싹 빠지는 느낌이에요. 저에게 팝송은 만병통치약이네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팝송을 부르는 내내 활기차 보였다.

약 4개월 정도 활동했다는 양애란 단원은 “제가 좀 생각이 많아서 노래로 풀어보려고 찾게 됐어요”라며 “원래 여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데 팝송동아리 단원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너무 하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네요”라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동아리 내에서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남성 단원은 “통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데 한 단원분이 너무 외국 노래를 잘 하더라”라며 “어디서 배웠느냐 물었더니 여기서 배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여기 말고 팝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동아리를 찾기는 힘들 거예요”라고 참여 계기와 팝스코러스만의 강점을 소개한다.

동아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김 회장은 “그냥 저희는 ‘항상 즐겁게 지내자’가 목표예요”라면서 “저는 항상 단원들에게 감사해요. 팝송교실도 거의 없고요. 모임에 가서 팝송을 부르면 눈총도 받더라고요. 같이 팝송을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좋네요”라며 단원들과 함께하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김재신 회장은 “도서관 내에서 하는 공연에는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동아리 활동하는 주민들을 위해 방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라고 감사했다.

▲ 팝스 코러스 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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