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다시 도청인가?
왜, 또 다시 도청인가?
  • 김영정 옛 전남도청 보존 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 승인 2016.10.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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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정 집행위원장

모두가 추석연휴 계획으로 들떠있던 9월 7일 옛 전남도청 앞에 천막농성장이 펼쳐졌다. 이 날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센터가 개소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시아문화 전당 측은 “아시아 문화자원 수집 및 아카이브 구축 등 아시아 관련 문화 및 학술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언론을 상대로 자화자찬했지만 개소식은 끝내 열리지 못했다. 문제는 장소였다.

아시아문화전당 측은 옛 전남도청 별관 4층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센터가 위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광주지역사회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5월 단체들에게도 전날 특급 우편으로 부랴부랴 초청장이 보내졌다고 한다. 뭔가 숨기려고 했거나 아랑곳하지 않다가 혹시 몰라 특급우편으로 무마(?)하려 했었던 것 같다.

지역사회와 그 어떤 소통도 없이 9월 7일 개소식을 강행하려다 불발되고 되려 천막농성장으로 변해 버린 상황이 옛 전남도청이 겪고 있는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당일 천막농성을 시작했던 것은 5월 유가족 어머니들이었다. ‘우리가 현장을 떠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도청을 보존하기로 약속 받기 전까지 우리는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 ‘앞으로는 그 어떤 놈들한테도 위임을 하지 않겠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겠다’는 등 어머니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은 계속 무언가에 무겁게 짓눌렸다.

2016년 5.18 최후 항쟁지로서 옛 전남도청을 보존하자는 대의에 동의하면서도 광주공동체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역사 왜곡과 흔적지우기의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절의 열정이 살아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멀쩡한 ‘본관’을 ‘별관’으로 받아쓰고 5.18 사적지 보존을 ‘구 도청 별관 논란’으로 희화화 시켜버린 광주공동체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두 동강나고 가운데 철구조물이 덩그러니 서있는 옛 전남도청 앞을 지날 때면 마음들은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보자고 나서지도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던 것이다.

광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5.18과 도청은 운명 같은 것이다. 외면 할 수도 없고, 외면되지도 않는 일이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5.18민중항쟁 아니였던가?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도청 앞에 서있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런 숙제를 안고 출범했다. 그렇기 때문에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과거보다는 현재를 중심으로 옛 전남도청 보존에 동의하는 단체, 개인 그 누구와도 함께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5월과 광주공동체가 혁신하고 또 혁신하는 계기가 되어 시민들에게 자긍심 넘치는 5.18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 진행 중인 천막농성을 광주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게 안내 할 것이다. 단순한 천막농성을 넘어서 광주공동체가 서로 협력하고 신뢰를 회복해 가는 사랑방이 되게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옛 전남도청을 보존하는 기존의 좋은 방안과 2016의 시각에서 새로운 방안들을 검토, 연구하여 시민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광주안’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다.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이다. 최소 1년을 얘기한다. 정권교체를 얘기한다. 간단치 않은 싸움이지만 광주공동체기 복원되고 5월이 혁신하는 계기로 된다면 우리가 이긴 것이다.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80년 5월 27일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던 시민군들처럼 2016년 광주는 다시 5월 첫 마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기록하게 해야 할 것이다.

2008년 ‘데자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광주정신을 재정립하고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는 광주공동체의 참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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