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아 오르고 꽃 좋아 찍는다"
"산 좋아 오르고 꽃 좋아 찍는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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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사이트' 운영자 김기훈씨>

정보가 가득한 인터넷 공간. 이 가상공간은 어느새 우리의 곁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궁금한 것이 있거나 새로운 정보가 필요할 때는 컴퓨터를 켠다. 검색프로그램에서 찾고자 하는 단어만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가 줄줄이 나온다.

'들꽃사이트' 운영자 김기훈씨. 그도 그렇게 만났다. '남도의 야생화 남도의 산'이라고 소개된 'sandlebaram.com'. 처음에는 남도라고 지칭된 것이 눈길을 끌었지만, 들어가 본 후에는 단순한 꽃 소개가 아닌 자연의 소중함과 산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를 진지하게 다루는 모습이 나를 계속 머물게 했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분명 전라도 사람 같다. 게시판에 만나고 싶다는 글을 올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글이 올라왔다. 여수에 살고 있는 직장인이란다. 무작정 약속 날을 잡고 여수로 내려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를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날이면 날마다 산을 쫓아 다니고 꽃사진을 찍고 그렇게 세세하게 설명을 올리는지, 생각을 듣고 싶고 보고싶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있는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약간 경계심까지 가지고 있는 듯한 그의 눈에는 선함과 따뜻함이 들어있었다. 62년생으로 올해 마흔. 불혹을 맞은 그의 모습은 세상의 야망이나 세속적 욕심과는 거리가 먼 구도자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3교대 바쁜 직장생활 쪼개 산행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장인으로 다소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고 쉬기에도 바쁠텐데, 산에서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고 산에서 기쁨을 찾는, 그는 '산꾼'이었다. 산을 다닌지는 무척 오래되었단다. 산에 오르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도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한단다. 사진을 찍은지는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꽃 사진을 찍은지는 올해 초부터라고... NIKON FM2에 105mm접사렌즈를 달고 산이란 산은 다 다니면서 꽃이란 꽃은 모조리 담아낸다.

남도 산 누비며 찍은 야생화 올려

그를 만나기 전, 아마도 총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체 부지런하게 사이트 관리를 해서 거의 모든 것이 그날그날 답 글이 올라오고, 산행일정을 보면 무척 빡빡하다.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정까지 가지고 있으면 상당히 버거울 것일 터. 하지만 그는 아이가 둘 있는 집안의 가장이었다. 평소 수면장애가 있어 하루에 서너 시간을 간신히 잔다고 한다. 잠 못 자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 것이라는 그의 말에 진한 아픔이 들어있다. 무엇이 그를 잠 못 들게 하는가.

첨단 인터넷서 사람·자연냄새 폴폴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김기훈씨. 오늘도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난다. '커피한잔'이라는 란에는 일상에서 뚝 떨어져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 사이트 오픈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6월 현재, 200건에 달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대부분이 사이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인 듯 하지만 나누는 대화는 너무도 친근하다. 150여건에 달하는 방명록도 감사와 칭찬으로 넘실거린다. 숙제 때문에 들어왔다는 방문객들은 고맙다는 말도 빼지 않고 간다. 이에 김기훈씨의 답 글은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있다.

'푸른산 푸른물 가꾸자' 캠페인도

김기훈씨의 사이트는 꽃 소개만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바로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푸른산 푸르게 파란물 파랗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기위한 조그마한 캠페인
일회용품! 편리하다고 무조건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이 썩는데는 100년 이상, 일회용 컵은 20년, 담배 필터가 12년, 나무젓가락은 2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썩는 비닐이라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비닐봉지도 썩어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작은 조각으로 부서질 뿐입니다. 환경보호! 어렵지도 않고 머리를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아름다운 산...그냥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사이트 상단에 자리잡은 이 캠페인은 단순한 들꽃사이트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의 호소가 너무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들꽃 사이트 운영자 김기훈씨. 나는 그를 두 번 만났다. 그의 눈빛과 손길에서 자연에 대한 애정과 꽃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꽃사진을 인터넷에 띄워놓는 그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산들바람을 불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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