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시 광주, 볼거리를 더하다(2)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자동차 도시 광주, 볼거리를 더하다(2)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6.07.1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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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개인소장 자동차박물관
세계 희귀자동차가 한 자리에
연간 50만명 이상 관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포드, BMW, 벤츠, 포르쉐, 페라리, 도요타 등 해외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자동차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박물관은 관람객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자동차 회사의 홍보와 판매에 도움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관광자원으로서 관광객들을 유입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 100만대 도시를 꿈꾸고 있는 광주에, 설립된 지 50년이 넘었고, 연간 63만대의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주에는 자동차박물관이 없다. 광주광역시와 기아자동차가 협력해 자동차박물관을 만든다면 광주는 자동차 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도시 광주, 볼거리를 더하다’는 자동차박물관의 긍정적 기능을 근거로 광주에 자동차박물관을 볼거리로 더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국내와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박물들을 살펴보고, 그 성공요인과 과제들을 진단하여 광주에 접목시킬 방안을 총 8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정문

제주도 서귀포에 가면 연간 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한 박물관이 있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안 되는 자동차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개인소장 자동차박물관으로는 아시아 최초다. 이곳에서는 세계 클래식 자동차 90여대를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로 태풍 네파탁이 온다는 소식이 전하는 즈음 광주로 돌아오는 날까지 태풍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취재 순서는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이다. 제주공항에 내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이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으로 이동했다.

박물관 가까이에 이르니 박물관을 알리는 옥외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정문에 다다르니 자동차박물관답게 클래식자동차와 꼬마자동차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은 경북 대구에서 31년간 범우화학을 운영해온 김영락 회장의 땀과 열정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락 회장의 땀과 열정으로 탄생

김 회장은 2003년 미국의 박물관을 둘러본 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자동차박물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동차박물관 건립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김 회장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귀한 자동차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5년여에 걸친 준비과정을 거쳐 2008년 4월 개관했다.

박물관의 전체 면적은 15만7000㎡ 규모이고, 야외 전시관, 로비관, 영상관을 비롯해 시대별로 전시된 4개의 전시관과 한국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대시설로는 어린이교통교육체험장, 티하우스, 기념품샵 등이 있다.

▲ 바퀴변천사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니 왼편에 나무를 깎아 만든 바퀴에서부터 튜브가 없는 현재의 바퀴까지 자동차 바퀴 변천사가 우선 한눈에 들어온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모두 모조품이 아닌 실제 바퀴란다.

자동차 바퀴 변천사를 지나니 야외에 전시된 재규어나 뷰익 등 명품 클래식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또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이층버스며 옛날 소방차도 눈길을 끈다. 자동차는 비바람이나 눈 등 기후나 환경 변화에 취약한데도 관람객들을 위해 과감하게 외부 전시를 결정한 게 놀라웠다. 할리우드의 전설적 배우 존 웨인의 ‘애마’ 머큐리 자동차도 본관 조금 못 미친 야외에 전시돼 있다.

야외 전시는 해외 여느 박물관에서조차도 드문 일

이에 대해 이진영 이사는 “관람객들이 자동차를 가까이 보고, 만지기도 하면서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해외 여느 박물관에서조차도 드문 일이다”고 말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Benz 300SL’, ‘Patent’, ‘Bayard’ 등을 만날 수 있다. 독일 칼 벤츠가 처음으로 특허를 획득한 최초의 휘발유 내연 기관 자동차인 페턴트카(1886)는 바퀴가 세 개 달린 자동차의 ‘조상’이라 할 수 있다.

▲ 로비 정 중앙에는 전설의 명차로 기억되는 ‘Benz 300SL’이 전시되어 있다. 이 차의 원소유주는 한때 ‘박치기’로 이름을 날렸던 전남 고흥 출신의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다.

로비 정 중앙에는 전설의 명차로 기억되는 ‘Benz 300SL’이 전시되어 있다. 이 차의 원소유주는 한때 ‘박치기’로 이름을 날렸던 전남 고흥 출신의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다. 김일 선수가 작고한 뒤 일본에 남은 유가족들이 고인의 차를 오래도록 보존하는 방법을 찾는 중에 인연이 닿아 이곳에 오게 됐다.

이 외에도 로비 벽면에는 180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까지 자동차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어 자동차 발전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본 전시관으로 들어서려는데 영상관이 있다. 친절하게도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면 관람에 도움이 된다”면서 관람에 앞서 영상을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영상관에서는 자동차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로 관람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이 들어갔을 때는 이 박물관이 어떠한 취지에서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관을 지나 본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차 모양을 닮은 초창기 자동차부터 박스형자동차, 부드러운 곡선 형태를 지닌 자동차까지 다양한 차들을 관람할 수 있다. 본 전시관에는 1900년부터 1970년대까지 생산된 벤츠, 캐딜락, 벤틀리, 롤스로이드,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의 대표 차종 90여대가 시대와 브랜드별로 전시돼 있다.

전 세계 6대밖에 존재하지 않는 수제 목재 자동차 힐만스트레이트8(1928), 연정훈·한가인 부부의 웨딩카로 유명한 호주의 명품 수제 자동차 브랜드 부포리(BUFORI)의 로드스터 MK II(1988 모델), 자동차 역사에서 전설의 명차로 기억되는 벤츠 300SL(1956), 영국 왕실이 선택한 롤스로이드 실버스퍼 등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고급차들은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것들이다.

한국관 상대적으로 빈약 아쉬워

한국관에서는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의 시작을 알렸던 ‘시발’을 비롯해 기아 삼륜차, 현대 포니, 마크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옛 자동차들이 다른 나라 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쉬운 참에 이진영 이사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그는 “공간이 협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간이 부족해 다른 나라 차들도 빼곡히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차들도 많이 가지고는 있는데 다 전시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전시 공간을 확장할 계획이 있으니 조만간 우리나라 옛 자동차들도 곧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고객층을 묻는 질문에 이 이사는 “박물관을 기획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특정 고객층을 염두해 두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날로 발전하는데 비해 자동차에 대한 문화는 뒤떨어진 것이 아쉬워 자동차박물관이 기획되었다”면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답했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이 갖는 차별성에 대해 이진영 이사는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먼저 “자동차박물관의 입지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에 건립되어 다른 관광자원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천혜의 제주절경과 시너지

실제 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최고의 장관이 펼쳐진다. 산방산과 형제섬, 가파도 그리고 마라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는 천혜의 제주절경이 보이는 포인트로 부족함이 없다. 또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 주변은 곶자왈 숲이 아름답게 펼쳐져 산책길로도 안성맞춤이다. 곶자왈 숲길은 걷기 힐링로드로 불리며, 아이들이 산책로를 따라 사슴과 토끼 등 자연과의 교감을 즐기기에도 좋아 보였다.

다음으로 그는 콘텐츠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자동차박물관은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박물관들의 콘텐츠를 보면 자사 브랜드의 자동차와 역사를 알리는데 편중되어 있고 나머지는 보여주기식이다”면서 “시대별로 이름을 날렸던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들과 자동차 문화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본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쭉 의심이 들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이 전시된 차들이 엔진 등과 같은 주요 부품들이 없는 껍데기만 번지르한 차들은 아닌지 하는 것이었다. 궁금함을 못참는 성격이라 이 또한 이 이사에게 물었다.

전시된 차들 중 60%는 주행이 가능

이에 대해 이 이사는 “여기에 전시된 차들 중 60%는 주행이 가능하다”며 “2008년 박물관 개관에 앞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클래식카 8대를 동원해 카퍼레이드 행사를 갖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 6대 밖에 없는 영국의 ‘힐만 스트레이트8’을 선두로 1941년산 ‘시보레 세단’, ‘롤스로이드’, ‘벤틀리S3’, 영국 왕실의 전용차로 쓰였던 ‘롤스로이스 실버스퍼’ 등 모두 8대의 클래식카가 제주시 신산공원을 출발해 광양로터리와 제주국제공항을 거쳐 노형로터리까지 주행했다”고 덧붙였다.

본 전시관을 나오니 실제 차량의 상․하단을 절개해 내부의 엔진과 부속품을 볼 수 있는 차량분해전시룸과 티하우스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는 마를린먼로의 애마로 알려진 캐딜락 엘도라도가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밖에도 박물관 둘레에는 어린이교통교육체험장이 마련되어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전기로 가는 미니자동차 체험길과 횡단보도 등이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직접 운전 및 시승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보호자의 동승이 필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미니자동차를 운전을 체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자동차를 타고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테마가 있는 체험장이라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재미를 더한다. 체험을 마친 어린이에게는 어린이 국제 면허증이 발급된다.

박물관을 떠나는 길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 이사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 이사는 “클래식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하기가 힘들다. 특히 우리 박물관의 자동차들은 스토리가 있다. 일례로 롤스로이드 실버스퍼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운전기사가 은퇴를 하자 여왕이 선물로 준 차다. 이처럼 스토리가 있는 클래식 자동차들을 볼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지금도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앞으로도 관람객들이 많이 찾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 다행히 태풍은 오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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