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창끝 세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광주서 창끝 세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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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DJ의 텃밭'인 광주에서 반DJ의 창끝을 높이 세웠다. 27일 오후 2시 30분부터 광주 상록회관 4층 대강당에서 시작된 한나라당의 '시국강연회'는 당원과 시민 일천여 명이 참석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한나라당 광주시지부 이환의 위원장은 "광주전남에도 봄이 오고 있다"며 "DJ돌풍에 14년 동안 독립지사 지하운동을 하듯 살아왔던 우리가 백주에 어깨띠를 두르고 광주의 번화가를 누빈다"고 감격해하며 "이는 5·18 이후 20년만의 진풍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시중여론이 이미 DJ에게서 등을 돌렸다면서 "어느 택시기사는 DJ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하더라"고 주장한 뒤 "권모술수 안부리고 깨끗한 정치인인 이회창 총재로 대망을 창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DJ 돌풍에 14년 동안 독립지사 지하운동을 하듯 살아왔다"

오후 2시 50분쯤 당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인사말을 시작한 이회창 총재는 광주전남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높은 실업률을 예로 들며 "정권을 만들어낸 이 지역이 실업 생산율이 전국 최하위"라고 DJ를 비판했다.

이총재는 "민생, 경제문제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엉뚱하게 언론탄압으로 국민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탈세 조사라는 명분으로 언론에 자갈을 물리고 비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시국강연회ⓒ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총재는 또 "DJ라는 선장이 모는 대한민국호라는 배가 암초 가득한 곳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선장을 나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장에게 배를 제대로 끌고 가라고 선장실 밖에서 바라고 있다"는 말로 최근 불거진 대통령 탄핵 논란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내가 집권하면 정치보복을 할 것이다, 피비린내가 날 것이다라는 말들이 돌고 있는데 어이없고 기가 차다"면서 "우리가 사는 길은 분열과 갈등을 막고 화합과 상생하는 것이며 정치보복은 반드시 깨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총재는 마지막으로 "정국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 현 정권이 허튼 일을 한다면 결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총재가 10여 분에 걸친 인사말을 하는 동안 당원들은 대여섯 차례 박수를 치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시국 강연회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만제 정책위 의장은 "나라부채가 600조로 이는 IMF 전의 5배나 된다"면서 "우리나라는 빚쟁이 나라"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자임하는 걸 비꼬며 "서민을 실업자로 내모는 정당이 어떻게 서민정당인가"하고 되물어 당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만제 정책의장 "DJ가신과 실세들은 목포 앞바다에 빠져야 된다"

김의장은 "DJ경제정책은 인기위주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DJ의 인기는 되레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의 경제점수는 40점으로 낙제점"이라고 점수를 매긴 뒤 "한나라당은 최소한 70점은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는 또 "대통령이 민심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 전부가 엉터리"라고 평가한 뒤 "DJ가신과 실세들은 목포 앞바다에 빠져야 된다"고 독설을 내뿜었다.

▲ 실내에 입장하지 못한 시국강연회 참석자가 복도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주빈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송영대 전통일원 차관은 "DJ의 햇볕정책으로 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변하고 있다"며 "친북화·친공화 징후"를 들먹이고 "우리 사회가 불그스름하게 변하고 있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그는 또 DJ의 햇볕정책에 의해 "남남갈등과 상호주의가 실종되었다"면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퍼주기식 대북 지원을 중단하고, 끌려다니기식 남북대화를 그만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하순봉 부총재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바람 앞에 놓여있다"고 운을 뗀 뒤 "독재정권의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DJ정권은 바람을 너무 좋아하는 정권"이라며 "사람이 풍을 맞으면 중풍이 걸리는데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은 아직도 끄떡없다"면서 "그 이유는 DJ의 바람이 거짓말이고 허풍이기 때문"이라고 비아냥댔다.

송영대 전차관 "우리 사회가 불그스름하게 변하고 있다"

하부총재는 "이렇게 언론을 대대적으로 탄압하는 정권은 세계적으로 DJ정권뿐"이라고 주장하고 "국세청을 이용하는 정권은 독재정권이며 DJ정권은 뻥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기가 끝나면 국정쇄신 할 것이냐"며 "(DJ정권이) 광란에 가까운 저항을 하고 있다"고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 한나라당 시국강연회를 찾은 사람들ⓒ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날 시국강연회에는 이재오 총무를 비롯한 중앙당 당직자와 의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시국강연이 열린 실내 행사장엔 "국정파탄 DJ정권 해도해도 너무 한다" "언론탄압 중단하고 국정조사 실시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특히 일부 한나라당원들은 "DJ보고 하야하라고 해"라며 소리치기도 했으며 고조된 분위기에 만족한 듯 이회창 총재는 연신 가벼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총재는 광주전남 경영자협회가 주최한 오찬강연에서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총재는 강연이 끝나고 가진 현안 질의응답시간에 도청이전과 시도통합문제와 관련 "시도민의 합일된 의견이 반영되고 이를 근거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시국강연회를 마친 한나라당 이총재 일행은 광주 월드컵 경기장 건설현장을 시찰한 뒤 오후 6시 항공편을 이용 상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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