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들고 온 시대의 이주민들
스마트폰을 들고 온 시대의 이주민들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6.04.1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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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열고 자주 유튜브에 들어가는 편이다. 이 것 저 것 뒤적이다 보면 흥미 있고 유익한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지구와 우주의 역사, 생명의 근원, 양자역학 같은. 그러다가 오늘은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었던 ICT(정보통신기술)시대의 실상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매일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사용 범위는 그저 원고를 쓰고,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사이트를 검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그딴 것은 컴퓨터 왕초보나 하는 정도의 사용법이 되었고, 나같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더없이 편리한 도구가 벌써 전에 나와 있다는 것을 새까맣게 몰랐다.

예컨대 일일이 키보드를 두드려 쓸 필요 없이 구술을 하면 냉큼 받아 적는 에버노트라는 앱이 그것이다. 속기사보다 몇 배나 빠르게 문자로 바뀌어 스크린에 보여준다. 뿐만이 아니다. 그것을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하고 싶으면 상당한 수준으로 번역도 해준다.

내가 우리말로 하면 중국어, 영어, 일본어 등 세계 여러 나라 말로 소리를 내어 통역도 해준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소식을 알고 싶으면 그 나라 사이트에 들어가서 한글로 변환하여 보면 된다. 앞으로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미 컴퓨터, 휴대폰으로 그런 일이 거의 완벽하게 실행되고 있는 줄은 알지 못했다.

현재 사람들이 이런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능력을 남보다 더 정확히 빠르게 업무를 보고 있다. 속기사는 필요 없고, 통역인도 거의 필요 없다. 현재 컴퓨터 기능이 성취한 광범위한 영역에 비하면 이딴 것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스마트폰으로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몇 년 내에 대리운전수도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

이야기를 조금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지금 초중고교에서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 수도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지금의 세상에서 인기 있고 소득이 높은 직업군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종이 대두될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뭐 미국에서 몇 천만 명의 직장인이 일터를 잃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곧 벌어질 일이다.

그러면 이렇게 사람들의 상상을 앞서가는 ‘미래가 곧장 현실이 되는 시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휴대폰을 잘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필수적인 것만 같다. 휴대폰 없이도 살아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지 말라. 우리는 바로 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대로 이주해온 시대의 이주민들이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그것은 대목수가 되려면 연장을 잘 다루어야 하듯 휴대폰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대목수는 평생 몇 가지 연장만 잘 다루면 되었지만 휴대폰은 그 기능이 백 가지가 넘는다.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컴퓨터의 기능을 잘 활용할 줄 아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립한 빌 게이츠가 처음 한국에 와서 한 말을 기억한다. “앞으로 모든 정보는 손가락 끝에서 처리될 것이다.” 그것이 20여 년 전이다. 그의 선견지명이 무서울 정도로 들어맞고 있다. 나는 고집스럽게 아직도 2G 폴더 휴대폰 018을 쓰면서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은근히 비아냥거렸는데, 이것이야말로 휴대폰 꼴통보수라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어디서나 벌을 받는 양 고개를 떨어뜨리는 자세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실소를 머금었더랬는데 휴대폰을 통해 창조적인 영감, 아이디어, 검색, 스크랩, 정리, 공유, 소통, 독서, 편집 등 다양한 지식이나 필요한 정보를 시시각각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살아가는 방식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시대다. 대목수가 되려면 몇 십 년을 대패와 끌, 망치, 줄자, 먹통 같은 연장들을 가지고 숱한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바뀐 시대에 적응하려면 그 연장 같은 것이 바로 컴퓨터나 휴대폰이다. 그것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전자상품이 아니다.

휴대폰은 오장육부의 연장 기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니 휴대폰은 현대인의 외장 두뇌라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인체의 일부나 다름없다. 모든 사람에게 휴대폰은 삶의 전장에서 긴요한 연장이다. 서툰 목수 연장 탓하지 말고 휴대폰을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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