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41. 넉넉한 아줌마들의 모임, 놀이패 ‘만월(滿月)’
우리동네 재주꾼41. 넉넉한 아줌마들의 모임, 놀이패 ‘만월(滿月)’
  • 박창배 수습기자
  • 승인 2016.03.09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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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열정으로 가득한 국악한마당

30~50대의 아줌마들이 뭉쳤다. 자신도 모르게 북소리, 장구소리에 빠져들어 여지껏 모르고 지냈던 자신의 숨은 재능을 맘껏 발산하고 있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놀이패 ‘만월(滿月)’이 그곳이다.

한손에 북채를 쥐고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한소리로 들린다. 땅을 흔들고 하늘을 울릴만큼 큰 북소리가 연습실안에서 울리고 있다. 한사람이 치는 것처럼 그 음이 똑같이 들린다.

놀이패 ‘만월(滿月)’은 지난 2007년 10명의 단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15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늦깎이로 국악과 인연을 맺어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의 경지에 올랐다. 단원들의 경력을 보면 모두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국악강사로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월등하다.

▲ 공연 나가기 전 악기를 점검하고 있는 이미옥 단장

이들이 있기까지 이미옥 단장의 노력은 과히 헌신적이었다. 학창시절 서양음악을 전공한 이 단장은 20년전 우연한 기회에 국악 타악기의 매력에 빠져 만학도로서 국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본인이 찾고자 했던 '왜?'라는 의문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자 본격적으로 대학에 진학에 진도북놀이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3대 명인중 하나인 ‘장성천’류를 이수하여 본을 받았다.

본인이 좋아서 국악강사로서 활동도 했지만 조그만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 국악을 즐기면서 60~70세가 넘어서 여행도 같이 할 수 있는 동반자 같은 공연단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명 두명 취지를 말하고 국악 놀이패를 만들게 됐다.

“만학도로서 다시 시작한 국악의 이 신명나는 것을 다른 사람한테도 전달하고자 국악강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강의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사람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자신의 재능이 뛰어다다는 것을 모르고 그저 좋아서 북을 치고 장구를 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이 단장은 이들에게 놀이패에 정식으로 들어와서 함께 멋진 공연과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자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이고 모인 사람들이니 그 실력과 재주는 고수급이다.

이런 이들의 단장으로서 하나씩 더 가르치기 위해 본인은 백방으로 전수를 받고 있다. 꽹과리는 광산농악단원이기도 하지만 광산농악은 정득채 선생에게 전수를 받고, 소고는 정읍 소고춤 무형문화재인 김종수 선생, 설장구는 지방무형문화재 제17호 기능보유자인 담양의 김동언 선생, 가야금은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인 문명자 명인에게 전수를 받는다.

▲ 지난 3일부터 광주지하철 예술공연이 시작됐다.

단원들의 실력이 월등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참여해 달라는 공연도 많다. 광주지하철역에서의 예술공연은 놀이패 ‘만월(滿月)’이 무대에 올라서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더욱 성숙된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단장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하면서 공연중 부채에 그려진 태극기를 쫙 펼쳤을 때의 환호성은 잊지 못할 추억이었고, 필리핀 현지 학교에 가서 국악을 알리는 공연을 하고 왔을 때는 문화홍보대사가 된 기분이었다”면서 "특히 아리랑을 연주하면서 함께 부를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고 전했다.

▲ 필리핀 현지공연을 하는 놀이패 만월(滿月)

만월(滿月)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여자를 상징하는 달, 그중에서도 보름달은 ‘꽉 참’을 주기 때문에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를 예로부터 주요 명절로 보냈잖아요. 그리고 그 넉넉함으로 베풀고 나눠 먹고 하잖아요. 그런식으로 풍요롭고 넉넉함을 우리들은 국악으로 배워서 베풀면서 살기를 원하는 넉넉한 여자들를 뜻한다고 할 수 있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 놀이패는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놀이패 ‘만월(滿月)’은 단원을 들이기 전에 먼저 인성을 보고 열정을 본다. 실력이야 여기서 키우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착한 인성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창기 원년멤버인 박선영 총무는 군기반장이라는 별명도 있다. “만월은 꼭 내 집 같은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내가 꼭 있어야 하는 곳, 그런 곳입니다.” 그녀 역시 이단장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고 흔쾌히 허락하고 함께 참여하고 있다.

김양임 단원은 평범한 주부였을 때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천사처럼 보였다고 한다. “처음에 공연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강의가 이뤄지고 있었는데도 잘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면서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데 여기서 북치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김 단원은 지금 각화동 문화의집에서 국악강사를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문흥동의 연습공간에서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공연을 위한 연습을 한다. 단원들은 광주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이날 만은 꼭 모여서 연습을 한다. 모두들 열정을 갖고 똑같은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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