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림에서 만난 요임금
중국 계림에서 만난 요임금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2.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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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하순에 ‘산수갑천하(山水甲天下)’ 계림에서 요(堯)임금(기원전 2357-2258 재위)을 만났다. 요임금은 중국 건국신화에 나오는 삼황오제(三皇五帝)중 네 번째 제(帝)이다. 리프트 카로 해발 909미터의 요산(堯山)에 올라 요임금의 흔적을 찾았다. 요산 입구에는 요임금 관련한 비석들이 여러 개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니 요제기념관이 있다.

요제 기념관에 들어가자마자 입춘 · 춘분 · 하지 · 추분 등 24절기 표시판이 있다. 24절기가 왜 여기에 표시되어 있나? 요임금이 역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낮과 밤, 계절을 잘 몰랐다.

요임금은 희씨(羲氏)와 화씨(和氏)에게 명하여 천상(天象)을 관찰하고 일월성신의 운행 위치를 기록해 4계절을 구분하도록 명했다. 이들은 달이 둥글어졌다 줄어드는 주기를 한 달로, 일 년을 12달로 하는 태음력을 만들었다. 이리하여 농사 등 모든 일에 기준이 생겨 생활에 질서가 잡혔다.

내려가는 리프트 카를 기다리면서 요산 입구에 있는 비석들을 자세히 보았다. 비석은 요전(堯典), 공자, 제왕찬요, 당현종, 주강 등 8개이다. 요전은 <서경 書經> 맨 앞에 있는 요임금에 관한 기록이다. 요전에는 “요는 지극히 공경하고 겸양하시어 그 지극함이 온 세상에 퍼져 하늘과 땅에 이르렀다”고 적혀 있다.

또한 요임금은 수수한 옷차림에 잡곡밥을 먹으면서 소박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공자(기원전 551-479)는 이상정치가 이루어진 시대를 요순시대로 칭송하면서, 요임금을 덕치의 성군으로 추앙하였다.

요임금 시대는 태평성대였다. 요임금은 다스린 지 50년이 되었을 때, 백성들이 과연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길가에서 요임금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있는 한 노인을 보았다. 그 노인은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들기고 또 한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가 뜨면 일어나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들어가 쉬네(日入而息), 우물 파서 물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 먹고 사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이 노래가 바로 격양가(擊壞歌)이다. 백성들에게 정치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 정치보다는 그것을 전혀 느낄 필요조차 없는 정치가 진실로 좋은 정치임을 뜻하는 노래이다. 이는 노자(老子)의 정치, 통치자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다스리는 정치, 무위(無爲)의 정치와 같다.

이 노래를 들은 요임금은 크게 만족하여 “과연 태평세월이로고” 하였다.

한편 요임금은 늙어감에 따라 후계자를 찾았다. 아들이 있었으나 그리 현명하지 못해 나라를 이끌 현인을 찾았다. 요임금은 허유(許由)라는 사람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천하를 넘겨주려 하였다. 이 소문을 들은 허유는 펄쩍 뛰면서 숭산의 기산(箕山)에 숨어버렸다.

어느 날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던 허유의 친구 소부(巢父)는 허유가 영수(潁水) 강가에서 귀를 씻는 모습을 보았다. 소부가 허유에게 물었다. “뭐하고 있는 가?” 허유가 말했다. “정치는 더러운 것인데, 정치하라는 말을 들었네. 나보고 임금이 되라는 말을 들었으니 역겨워 귀를 씻네.”

그러자 소부는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갔다. 허유가 그 까닭을 묻자 소부는 허유를 비꼬는 투로 말했다. “자네가 제대로 산에 숨었다면 어떻게 자네를 찾아냈겠나? 자네는 은둔했다 하면서 남들에게 소문을 냈으니 참 어이없구려. 자네의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내 소에게는 먹일 수 없네.”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이란 권모술수가 판치는 곳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말한 것처럼 정치는 여우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정치는 신뢰와 약팽소선의 정치이리라.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광주 · 전남 지역에도 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국회의원이 그리 좋을까?

이왕 정치하려고 나섰으면 요임금처럼 검소와 겸양하고, 진실로 민생을 평안하게 하는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호남이 차별받고 혐오당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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