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나주출신 김병원’씨 당선
농협중앙회장 ‘나주출신 김병원’씨 당선
  • 윤용기 기자
  • 승인 2016.01.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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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영·호남의 승리다”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및 경제지주 폐지’ 등 개혁공약 주효
▲ 제23대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62)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전남 나주 남평농협 전조합장)가 당선됐다.

제23대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62)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전남 나주 남평농협 전조합장)가 당선됐다.

김병원 후보의 당선은 제 4대 문방흠 회장(1964∼1966년) 이후 50여 년 만의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인 동시에 첫 선출직 호남출신 회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2일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김병원 후보는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경기 성남 낙생농협 전 조합장)과 결선 투표에서 163표를 얻어 126표를 얻는데 그친 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아 1·2위 후보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1차에서 이 후보는 104표, 김 후보는 91표를 각각 얻었지만, 결선에서 김 후보가 극적으로 역전했다.

당초 영호남대결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수도권과 지방의 대결구도로 형성됐다. 이에 따라 지방출신 결선 진출자인 호남권 후보를 영남권의 대의원들이 뭉쳐 밀어주는 형국이 되어 김병원 후보의 역전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 세 번째 도전한 영남권의 최덕규(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후보는 74표, 농민운동가 출신의 김순재(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후보는 5표를 얻는 데 그쳐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투표 방식은 전국 1142명 회원 조합장이 뽑은 대의원 291명과 현 중앙회장 등 292명으로 구성된다. 지역별 대의원 분포수는 경북(40명), 경남(32명), 전남(36명), 전북(26명), 충청(55명), 수도권(55명), 강원(23명), 제주(7명) 등이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열린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농민 수장’ 이라는 비중 있는 자리임을 감안해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 세웠다.

앞선 3대 정대근 전 회장과 4대 최 회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필연적으로 영남과 비영남의 대결구도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해 더욱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는 ‘농협경제지주제 폐지’, ‘조합 당 평균 100억 원 조합상호지원자금 무이자 지원’, ‘중소 농협을 강소 농협으로 육성’ 등의  개혁적 공약을 내건 김병원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김 당선자에게도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었다.

2007년 선거 때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에게 밀렸다. 2011년 선거에서도 최 회장에게 패했다. 패배과정에서 쌓은 인맥과 신뢰가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승리의 뒷심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당선자는 “농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당선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김 당선자는 “10만 임직원의 가슴에 농민이란 정체성이 없다.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협동조합 이념 교육관’부터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농민이 농협의 주인’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평소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며, 교육만이 농민들의 살길이라고 주장해온 김 당선자의 철학이 당선 소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농협개혁을 주창하고 당선된 김 당선자의 어깨가 다소 무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중앙회장들이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수수 혐의로 모두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최원병 현 회장도 비리 의혹에 휘말린 불명예를 안았다. 이런 불명예를 극복하는 것이 김 당선자의 첫 번제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번 선거의 주요공약으로 내건 중앙회장선거의 직선제 전환과 다수득표제 도입 약속도 이행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혼탁선거 방지를 위해 2009년 현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지만 대의원 매수 등 문제점이 새롭게 부각되어 선거제도의 개편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김 당선자는 농협법 개정을 추진해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고 '1중앙회 1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본부에 조합장 출신 비상임 도지회장직 신설(회장 단임제 보완 대책) ▲조합당 평균 100억 원 조합상호지원자금 무이자 지원 ▲순익 10억 원 미만 중소농협, 강소농협으로 육성 등도 실천해야할 공약들이다.

한편 이번에 실시된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 단임이며 총회가 끝나는 3월 말부터 임무가 시작된다. 중앙회장이 이끄는 농협은 432조 원에 이르는 자산에 회원조합원수 229만을 거느린 거대 공룡조직이다. 31개 계열사에 직원 수도 8만8000여 명이다. 농협중앙회장의 근무형태는 비상임이지만 권한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사업 부문별로 대표이사를 임명하고 주요 계열사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도 겸직하며 연봉 또한 7억2000만 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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