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 법
부자되는 법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5.12.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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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서 저축하고 아껴 써야 부자가 된다는 공식은 이제는 뱁새 공식이 되어버렸고, 황새 공식은 아파트를 샀다 팔았다 해서 한몫에 몇 천만원, 혹은 몇 억원을 거머쥐거나, 물려받은 땅을 국가에 수용당해서 대박을 내는 ‘조상님의 발복’ 방법으로 굳어졌다.
주위에 따르르 산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개가 아파트를 샀는데 몇 천만원, 몇 억원이 올라서 목에 힘주고 다니는 축들이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서 부자되는 방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은 거의 평생에 걸친 근면 검소 절제 저축 같은 여러 조건들을 하나 하나 충족시켜야 이룰 수 있을까말까다.

반면에 아파트나 땅 같은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으로 느닷없이 부동산 값이 올라가지고 떼부자가 된 경우다. 어떻게 된 판인지는 모르겠으나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되는 공식은 자신의 피땀 흘린 노력보다는 운수대통으로 집값 땅값이 크게 올라 느닷없이 부자가 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 아픈 세상에서 별로 노력도 들이지 않고 어느 날 자고 나니 부자가 되어 있는 사람을 보면 누가 그 사람의 부(富)의 정당성을 부러워하며 인정하겠는가. 아닌 말로 배가 아플 일이 아니겠는가.

어떤 사람은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 사놓았는데 그것이 재건축 대상이 되어서 하루아침에 부자소리를 듣게 되었고, 다른 어떤 사람은 같은 돈으로 광주에 아파트를 샀는데 그저 그렇다면 그야말로 인생역전은 서울에 아파트를 산 사람이 하는 셈이다. 요지경 세상에서 목격하는 기막힌 일이다.
옛날 이지함이라는 우리나라 풍수대가가 가난하게 사는 후손들이 늘 찾아와 간청하기를 후손들이 부자되게 돈이 될만한 땅을 점지해 달라고 졸라댔다. 그는 생전엔 손사래를 치다가 죽으면서 “내가 물려줄 것은 없고 내 죽거든 시렁에 올려둔 함을 열어보라.”고 했다. 이지함이 죽고 나서 후손들은 함 안에 쓰여진 글을 보고 모두들 거기에 일러준 땅으로 이사를 가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 옛날의 풍수대가도 땅을 사면 훗날 부자가 된다는 공식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요즘 제주에 제2공항이 생긴대서 제주도 땅으로 돈이 몰려가고, 서울-세종시 간 고속도로가 생긴대서 그 일대가 북새통이라 한다.
뿐이랴. 서울 강남의 어느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3.3㎡에 4천만원을 넘어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내 발이냐, 네 발이냐로 붐볐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정말 아무리 이지함 같은 풍수대가가 어디 땅이 돈 된다는 예언이 맞았다고 한들 부동산으로 달음박질하고 몰려드는 이런 사태는 너무하지 않나 싶다.

도대체 그런 대열에 끼지 못하는 대부분의 재수 옴붙은 사람들은 무슨 재미가 있어서 일할 의욕이 생기겠는가싶다. 아파트를 지은 지 고작 30년밖에 안되었는데 그것을 허물고 재건축을 한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불가일뿐더러 요새는 인기 지역은 헌 집을 허물고 하늘이 어디냐하고 60층 가까이 치솟은 초고층아파트까지 짓는 판이니 더더욱 이해불가다. 보통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래질 사태가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경기 같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가면 철로 주변의 시골 풍경은 이제 온통 사막의 흰개미집 같은 똑 같은 모양의 아파트군이 임립해 있는 풍경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시멘트 상자로 생채기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 시멘트 상자는 어떻게 된 셈인지 지어도 지어도 모자란단다.

통계로는 주택보급률이 103퍼센트라는데 자가보급률은 53퍼센트라니 알다가도 모를 판이다. 이런 사태를 대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 때 아파트 원가공개를 놓고 한다 못한다 말들이 많았으나 결국 못하고 말았다. 노무현 식 표현대로 ‘별놈’의 아파트가 왜 그리 비싸며, 그것으로 부자가 되는 기이한 일이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는지 누가 좀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그 사정을 알고나 배가 아팠으면 한다.
하기는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파리의 방 하나 월세가 300만원, 홍콩의 방 두개짜리 아파트가 20억원, 보스톤의 교외 방 월세가 280만원 정도로 세계의 주요 도시는 집값이 다락같이 높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부자되는 방법만은 좀 유별난 것 같다. 말이 투자지 사실상 투기라고 볼 수 있는 부자되는 공식이 몇 십년 째 통용되고 있으니 맨 주먹 붉은 피로 사회에 발을 뗀 청년들에게 무슨 희망 같은 것을 보여줄 수가 있을까.
이런 공식이 살아 있는 나라에서 청년의 미래가 보이겠는가. 빈부격차가 좁혀질 수 있겠는가. 남미 같은 데서는 휘발유값이나 빵값만 많이 올라도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하는데 이 나라 백성들은 얌전하기만 하다.
싱가포르처럼 아파트를 정부로부터 매입하고 정부에 매도하는 방식을 써서라도 부동산으로 부자되는 길은 이제 좀 막았으면 한다. 새해부터는 황새공식이 사라지지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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