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64) 곽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캐리어에어컨지회장
100명과의 대화(64) 곽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캐리어에어컨지회장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1.25 2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구모임 수백 개 생겨 풀뿌리 민주주의로
공동체라는 특성 살린 광주 됐으면
尹시장, 이제는 자기 색깔 내야할 때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어느덧 겨울이 훌쩍 다가왔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옷의 두께는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곽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캐리어에어컨지회장을 만나기 위해 광산구 하남산단을 찾았다. 그는 광주시가 풀뿌리 공동체를 통한 발전을 꾀한다면 반드시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노동자의 가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자신처럼 광주시민들도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며 살 수 있는 광주가 되길 소망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예순네 번째 순서는 곽원식 지회장과 대화를 나눠봤다.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저희 노동조합에서는 가능하면 대의민주주의보다 직접민주주의를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더 많이, 그리고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현장 설문조사를 해서 집약하거나, 집단으로 토론해서 각 집단이 요구하는 것을 모으죠. 그래서 그 의견들에 따라 일의 수순을 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에서도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봐요. 광주는 특별한 도시잖아요. 민주화의 도시, 인권도시 등 광주만의 특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짜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수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 등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이곳에서 나오는 이윤의 일부를 참여자에게 돌려주고 또 일부는 재투자를 하거나 복지에 쓰는 형식으로 키워나가서 도시 전체를 이러한 방식으로 쌓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소통이 돼야 가능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직접민주주의 체제입니다.
그렇게 갈 수 있는 채널이나 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정활동이나 기업, 협동조합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소규모 단위들이 친목조직처럼 구성돼 지역 내에 연구모임이나 참여모임들 수백 개가 형성되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요.
스웨덴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90%라고 합니다. 또한 노조와 관련된 활동하는 모임이 1만개 정도라고 해요. 자기가 일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이처럼 분야별로 관심 있는 사람들, 즉 한 분야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소규모 집단들이 수백, 수천 개가 되면 시민들에 의해 광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통제도 될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주시의 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 소규모 모임들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가 필수적일 것 같은데.
-사실 기업 내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경쟁력이 살아납니다.
우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면 관리하는 인원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겠죠. 또한 작업 과정 자체에서 품질관리가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비용이 또 절감될 것입니다.
생산성도 그렇고, 내부적으로 유동성도 강화될 것이고요.

그러면 저항 없이 생산성도 높아지고, 기존의 자본 운영 체제보다 최소 10~20%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광주가 지금은 가장 열악한 도시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더불어 공동체라는 특성을 살린 도시가 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겠어요.

▲노동운동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노동운동의 최종 지향점은 원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자본과 부딪히기도 하면서, 노조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사회주의적인 가치도 있지만, 노조에서 쌓아왔던 자주적이고 공동체적인 것,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살려가고 합치면 이상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치들이 사회 현실과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저희들이 지향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합이 힘이 있다는 것은, 규율이나 제도에 의해서 힘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간의 동료애나 동질성이 강조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참여하면서 그 속에서 싹트는 존경심이나 믿음이 생길 때 스스로 지켜나가는 힘도 강화되는 것이죠. 이러한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당장의 편리나 자리욕심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노동운동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일부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 씁쓸한 점도 많습니다.

사실 노동조합 일을 하면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현실이나 현 세력에 복종하지 않고 저항하니까 당연히 그들로부터 통제대상으로 낙인찍혀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이 움직여서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온전히 가는 것이 제 자신에게 보람이고, 행복인 것이죠.

그래도 어느 지점을 넘어서니까 마음이 훨씬 편해지더라고요. 예전엔 저도 굉장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합 활동을 하면서 철학이 깨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과정에서 내부저항이 일어났고, 활동이 꾸준히 계속 되면서 어느 지점에서 넘어가지더라고요.
그 ‘지점’이라고 한다면 관점이 섰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 표현인 것 같아요.
노동자로서의 관점, 그리고 나의 조건에서의 철학과 가치를 찾은 것이죠.

그전까지 노동자라고 하면 밑바닥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제는 노동자로서 비겁하지 않고, 사회 속에서 노동자가 기여하는 역할과 노동자의 소중한 가치 등을 가슴에 품고 자랑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누구나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긍지 있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윤장현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까지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실망했었는데, 그나마 자동차100만대 사업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게 정말 현실화되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요한 지점에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데 아직 윤장현 시장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이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현실에 안주하거나 인기관리하기 보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자기 생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명 기득권 세력이 윤장현 시장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에요. 따라서 시민들의 지지가 있을 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밀고 나가서 성과를 이루는 것이 지지도를 올리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기득권 진영의 눈치를 보면서 현실을 유지하면 뒤통수 맞기 딱 좋잖아요. 대중, 즉 시민들과 사업하려고 해야 합니다. 더 늦어버리면 오히려 지지철회가 이뤄져 버리고 그러면 더 사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