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59) 한우일 (주)가치같이 대표
100명과의 대화(59) 한우일 (주)가치같이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0.1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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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 고민해야
시민이 필두, 관은 뒷받침 하는 역할
작은 시민협의체 만들어 가치 고민 필요
청년이 다시 돌아오는 연어 프로젝트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한우일 (주)가치같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동구 동명동의 사무실을 찾았다. 가치같이는 ‘가치 있는 서비스, 같이 하는 디자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융합을 통해 가치 있는 일을 같이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특히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해 사람 중심의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흥미롭다.
기자도 서비스디자인 이라는 용어를 이번 기회에 처음 들었다. 서비스디자인은 경험디자인에서 발전된 용어로서, 어떤 조건을 통해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을 참여하게 만들고, 참여한 결과가 후에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쉰아홉 번째 순서는 한우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1970~80년대까지 시나 정부가 정책을 내려 보내주면 국민들은 거기에 따라 하면 됐습니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시민참여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됐습니다. 정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시민이 참여하면 시민들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겠나 싶어서 그런 것이죠. 이때까지는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이야기를 참고한다기보다는 시민이 참여자로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제 정부3.0을 시작하면서 정책을 시민이 주도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이 맨 앞에 서있고 그 다음에 정부나 관이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책적 흐름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시장이라면 이런 흐름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시민이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전에 충장로를 탐방한 적이 있어요. 재미있는 골목길이 많더라고요. 엉뚱한 곳이 나오기도 하고요. 한두 사람이 겨우 비켜갈 만한 조그만 골목인데 바닥이 대리석으로 돼있고, 약간 넓은 곳에는 벤치도 있고, 벽면은 깨끗하게 해놓았고, 가로등도 밝게 해서 잘 돼있었습니다.
그러면 시민들이 좋아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이 골목길을 이용하는 사람은 젊은 친구들이거든요. 골목길의 입장에선 청년과 청소년들이 고객인 셈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어른들 눈을 피해 자기만의 공간에서 놀고 싶은 것이죠.
하지만 거기에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낙서가 돼있으면 어른들 시각에선 아주 나쁘게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다 청소년, 청년 시기를 겪었지만 사실 나쁜 짓을 하지는 않거든요.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대리석을 깔고 조명을 멋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 해줬으면 좋아했을 것이에요. 차라리 벽면을 청년들의 낙서공간으로 꾸며놨다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도 있고, 친구에게 ‘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곳에 남겼어. 가서 읽어봐’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비싼 돌을 깔고 멋진 조명을 다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말입니다. 사실 공무원들도 현장에 가서 보고, 시민을 위해 고민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 중심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정말로 시민이 원하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죠.

▲시민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광주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공무원, 시민, 전문가, 정책수요자들이 참여해서 ‘국민디자인단’이라는 이름으로 스터디 한 적이 있어요. 매주 만나서 어떤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이죠. 이때 나온 방법론이 공공서비스디자인이에요. 보통 공무원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고민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다보면 하나로 모아지고 진정한 의미의 시민 필요성을 찾아내는 작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민들의 필요를 해결해주며 가는 것이 정책의 큰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장님은 시민시장이라고 하지만 진짜 일은 시민들 편에 서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광주시가 가장 내세웠던 것을 보면 세계대회 유치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시민들 편에서 보면 유치했다고 해서 이익된 것이 없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광주에 이로운 효과가 있었겠지만 시민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대형행사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돈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편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영대회 분위기 확산을 위해 시민수영대회를 연다던가, 시민들이 왜 수영대회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행사에 쓰일 돈 100분의 1만 시민을 위해 쓰면 피부로 와 닿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가난할 때는 먹고 살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먹고 살기 위해 일하지 않아요. 일을 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들 삶이 윤택해진 것이죠. 삶은 윤택해졌지만 사실 주부나 고급인력들이 산업에 투자되지 못하고 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대가치는 높아졌는데 현실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인력들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작은 협의체들을 100개 정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자발적으로 자기 주변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자기들 스스로 찾아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그러면 담론이 많이 생산될 것이고, 시민들이 만든 이 가치들을 또 전문가 그룹이 끌어와서 구체화해보는 것입니다. 대신, 이 협의체들에 너무 많이 지원해줘선 안됩니다.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말 조금만 지원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생성된 아이템들이 실제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그룹도 필요해요.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창업자 그룹들이 그 아이템을 가지고 직접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시민들은 자기들이 고민했던 것들이 실제로 구체화되니까 좋고, 계속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예산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시민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할 수 있는 좋은 대안 같다.
-맞습니다. 정부가 시민들을 끌고 가는 것 말고 뒤에서 도와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광주의 경우 특히 대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인재들이 서울로 빠져나갑니다. 서울에 자기들의 먹거리, 미래, 기회, 여건 등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또 청년들에게는 모험심이나 독립심 같은 의지들이 있어서 서울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서울로 가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 같아요. 오히려 잘 가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연어 프로젝트가 어떨까 싶어요. 사실 서울에 가도 잘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 힘들게 삽니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없이 내려갈 수 없어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이 내려와서 자신들이 배웠던 노하우를 지역에서 풀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작은 돈이지만 다시 지역 청년들을 위해 저축하듯이 펀딩을 하게끔 하고, 다시 내려올 때 투자한 금액 이상을 다시 지원해주는 것이죠. 그러면 종자돈이 마련되고, 그것을 가지고 전문가 그룹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비즈니스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은 정말 넓고, 따라서 시장도 할 일이 무척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선 시장을 보기가 생각보다 쉽습니다. 따라서 광주도 바쁘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민에게 다가가서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식적인 행사는 부시장에게 맡기고, 스스로 시민시장이라는 가치를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 가치를 설정한 다음에 가치에 따라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민시장이라는 말을 썼으면, 그만큼 시민에게 더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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