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힘들다
사는 것이 힘들다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5.06.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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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인터넷으로 안되는 것이 없는 편리한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살이는 거꾸로 더 힘들어지다니 모를 속이다. 첨단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어째서 우리네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을까.
더 행복하고 더 만족스럽고 더 기뻐해야 할 삶이 힘들어지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최첨단 문명조차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철벽처럼 서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 급속한 고령화, 메르스 역병처럼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불운의 내습, 헤아리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는 인간의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 오래 살게 되면서 과거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고통에 빠져 있다. 내 주변에 어떤 여자분은 90이 넘는 시부모와 90이 가까운 친청 부모를 수발하느라 그야말로 ‘쓰러지기 직전’ 상태로 스무해를 지냈다.
그 여자 분이 지난 주 양가를 왔다 갔다 하다가 어느 길가에서 넘어져 무릎 뼈가 으스러지는 큰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친지들이 위문 와서 하늘 말이 “이제야 편히 쉬게 되었네. 차라리 잘 되었네.” 그러면서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고령화 문제만 힘든 것이 아니다.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은 더 지독한 데가 있다. 엊그제도 곤궁을 견디지 못한 일가족이 자살한 뉴스가 떴다. 5천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살다보니 별의별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한 마디로 침몰 중이다. 앞서 말한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 전체의 경제가 기울고 있다는 말이다. 공장 굴뚝에서 희망을 펑펑 뿜어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
중국 때문이다.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崛起)가 계속되면서 한국에서 수출하는 모든 제품, 내수 제품 거의 전부를 한국의 3분의1 가격에 생산하여 지금 ‘중국 쓰나미’가 엄청난 파도로 세계와 한국에 밀어닥치고 있다. 청년 일자리가 없는 것은 이런 탓이 크다.

승용차를 굴리며 외식을 즐기고 사는 사람들도 실상은 빚에 눌려 살고 있다. 가구당 1억 가까운 빚을 안고 있다고 한다. 다들 갚을 수나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정부에서 내수를 진작시켜보려 아파트에 풀무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 그래서 멋모르는 사람들이 청약줄에 네 발이냐 내 발이냐 우르르 몰려들고 있지만 그 아파트가 과연 오르기만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의 90퍼센트 건설자재는 중국제다. 물론 그 아파트를 건설하는 인부의 90퍼센트도 조선족과 동남아시아인들이다. 뿐인가. 식당에서 담겨 나오는 식자재의 반 이상이 중국산이고, 마을버스, 책상, 의자, 옷, 젓가락… 상품이라고 생긴 것들 거의 대부분은 중국제로 넘쳐난다. 장아찌 마늘까지도.

그러니까 자영업자가 다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인천공항은 연휴 때면 도망치듯 수십만 명이 해외로 나가려고 북새통이다. 머리가 온전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은 돈을 마구 찍어 엔저를 만들어 죽은 나무가 살아나듯 왕창 재미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원고로 신음하고 있다. 쥐뿔도 없는 나라가 돈 가치만 높아 가지고 중국과 일본에 치여서 잘 나가던 수출도 미끄럼을 타고 있다.
살기 힘든 것이 어디 그런 이유들만이랴. 정치는 부패, 무능, 분열, 비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대체 이렇게 모두들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어느 누가 이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할 수 없다. 내 눈물을 내가 닦을 수밖에 없다. 덜 쓰고, 덜 입고, 근검절제로 내 앞가림을 하는 것부터 독한 마음 먹고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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