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43) 임동호 기업인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43) 임동호 기업인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6.11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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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 기득권 내려놓아야
행정관료들 시각의 전환 필요
피부로 느껴지는 문화정책 펼쳤으면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임동호 기업인은 현재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기자에게 불쑥 하루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보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아침, 저녁으로 씻을 때나 보니 두어 번 정도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거울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거울을 보면, 현재 자신의 상황을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즐거운지, 슬픈지, 힘든지, 화가 나는지 얼굴에 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가장 좋았던 때의 얼굴을 생각하며 그 얼굴을 억지로라도 만들려고 하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덧붙여 광주의 발전을 위해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마흔세 번째 순서는 임동호 기업인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저는 과거에 광주전남 최초로 마라톤 대회를 열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1997년부터 마라톤을 했는데,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다녔었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참여인원이 적었기 때문에 모두 모여서 어울리고 술도 마시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꼈던 안타까웠던 것은, 광주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광주로 찾아오게끔 할 수 있으려면 문화적인 행사를 열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 일환으로 광주에서 마라톤 대회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기획서와 제안서를 가지고 5`18재단에 찾아갔습니다.
광주 하면 5`18이고,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홍보도 하고, 5`18에 맞는 코스로 잡자는 계획이었죠.

그래서 전남대학교에서 출발해 도청까지를 짧은 코스로, 망월동까지 가는 것을 긴 코스로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기념품을 겸해 ‘당신이 뛰었던 길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책자를 나눠주자는 것이 저의 기획이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뛴 길이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을 것이란 계산이 있었죠.

하지만 5`18재단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당신들의 이름과 행정적인 부분만 지원해 달라, 내가 준비위원하고 사회도 보고 재정적인 투자도 해주겠다고 했어요.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죠.
물과 진행요원, 간식의 동선 등 정말 준비 많이 해서 기획서를 들고 5번을 넘게 찾아갔어도 결국 성사돼지 못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사회변혁을 원하는 집단이 사회단체인 것 같지만, 실상은 기득권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광주의 발전을 위해선 사회단체 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또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있나요?
-사람이란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려우면 침체됩니다. 사람을 피하게 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죠.
이 모든 것은 자신감과 관련돼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선 정신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치유해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재유 시장 시절에 제가 “광주가 예향의 도시라고 하는데 예술가들은 무엇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나. 기본적인 밥벌이는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 방법론으로 광주천의 교각들을 광주만의 색채로 벽화작업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당시엔 다리를 예쁘게 한 사례가 없었고, 칙칙한 다리에 예술적인 작품을 얹어놓으면 아주 근사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당시 공무원들은 비가 오면 그게 흘러내려 보기 흉할 것 같다는 이유로 거부했죠.
그것이 바로 행정 관료들이 고쳐야 할 ‘시각’의 문제입니다. 예술작품이 항상 새것처럼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래되고 자연적으로 씻겨 내려가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을텐데 그 부분도 많이 아쉬워요.

▲문화에 대해 강조를 하셨는데, 광주시가 문화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통영의 동피랑 마을은 사실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것 말고는 별 것 없습니다.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벽화들을 그려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날개가 그려진 벽화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문화입니다.

마라톤도 마라톤 대회들이 열리기 전까지 사람들은 황영조만 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처음 제가 마라톤을 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죽으려고 하냐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접근하고, 참여하는 것이 문화입니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광주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증심사 가는 길에 위치한 전통문화관에서 열리는 공연 시간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고민을 해서 그 시간에 맞춘,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버스정류장 쪽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데, 크게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맞춤형 소공연이 자주 열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곧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는데, 우려가 됩니다.
광주가 어떤 우를 범하고 있냐면, 관광지에다 전혀 우리 것이 아닌 서양건물을 지어놓습니다. 우리나라 집의 문은 원래 대갓집정도 돼야 1m80cm를 넘지, 보통 1m60cm입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갈 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죠.

미국이나 유럽은 땅이 넓기 때문에 저택들이 큽니다. 그 정도는 지어야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초가집을 보면 조그맣지만 그래도 집 지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앞에 넓은 땅이 없고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가집도 전라도는 산이 둥글기 때문에 지붕이 둥글고, 경상도는 산이 뾰족해서 지붕도 뾰족합니다.
주변환경과 맞아야 하고, 광주다운 문화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광주광역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시적인 행정보다는 시민이 알아먹는 행정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정부에서 상 받았다는 것이 시민들에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도심공동화로 인해 쇠락한 마을은 주로 회색, 검은색, 물 빠진 색이 많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색을 보면, 사람 마음도 우울해지기 십상이죠.

따라서 마을 담장을 밝게 칠해주고, 서민들이 사는 곳에 꽃밭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동네가 환해질 것이고, 밝은 색과 예쁜 꽃을 보다보면 기분도 좋아지니까요.
부디 생각의 발상을 바꿔 시민들을 위한 진짜 시민시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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