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논란이 두려운 이유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논란이 두려운 이유
  •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5.03.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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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지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찬반을 둘러 싼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오 시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무상급식은 별다른 잡음 없이 정착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경상남도 무상급식 논란’이 우리 사회를 다시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2015년 경상남도가 경상남도교육청에 무상급식 지원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면서부터다.

경상남도교육청은 “법 규정에도 없는 월권행위”라고 맞섰고, 경상남도는 “감사 없는 예산 지원은 없다”며 압박했다. 경상남도는 결국 이를 빌미로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했다. 논란이 일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자신의 SNS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란 말로 무상급식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겠지만 최근 보수진영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선별적 복지에 대한 발화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변화라고 보기에는 보수진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고 이른바 ‘보수의 반격’이 시작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에 관련된 예산은 늘어나는데 세입은 그대로인 예산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보편적 복지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보수진영으로부터 가장 포퓰리즘적인 선심정책으로 지목되고 있는 무상급식 중단을 시작으로 선별적 복지를 밀어붙이려는 저의가 담겨져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실제로 경상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의 원인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막대한 추가 비용을 중앙정부에서 보조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작년부터 기초연금을 두 배로 올려서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기초연금을 두 배로 올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역시도 두 배의 매칭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바로 보편적 복지예산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복지재원 해결을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 등 세원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던 새누리당에서 이번 무상급식 논란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정책의 재검토까지 언급되는 등 복지논쟁의 프레임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시급한 현안으로 남아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4월 임시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해결한 이후 당내 의견을 수렴해 무상급식 재조정을 당론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당장은 논란을 키우지 않겠지만 집권여당 입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복지 공약 재검토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뜻과 함께 무상급식 논란이 가열된 이번 기회에 복지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차츰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를 뒷받침하는 예산은 결국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인세 증가를 비롯한 세원확충에 희생당할 수 있다는 보수층의 위기감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보수와 진보, 어느 한 편에 힘을 싣기 위한 논리와 논쟁이 아니다. 꿈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시장경제의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의무교육과 함께 당연히 뒷받침되는 의무급식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적 합의와 대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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