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프라이스(Artprice)의 2013년 3월 발표 내용을 보면 2012년 미술품 경매시장은 120억 달러(한화 약 13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역사상 최대 호황을 맞았다고 한다. 이런 호황의 뒷면에는 중국의 약진이 있었다. 아트프라이스의 경매동향 분석 결과 중국은 2010년 이후 4년 연속 경매시장에서 미국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중심의 미술시장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일까?
파리 중심이던 미술시장이 이차대전 이후 뉴욕으로 이제 다시 홍콩과 중국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심축이 어떻게 그리고 왜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것에서, 문화수도 광주의 나아갈 길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이글을 시작한다.
뉴욕 그리고 중국
이차대전 이후 미술의 중심축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 온 것은 미국의 경제성장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작가들이 이차대전 중 전쟁을 피해 유럽 내의 중립국이나 다른 승전국이 아닌 미국으로 그 중에서도 뉴욕으로 모여든 이유가 경제적 호황 때문만 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대공황기에 미술가들을 지원했던 연방 정부의 미술프로젝트 FAP도 한 부분을 차지했고,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였던 미국 그 중에서도 타 지역 출신들이 많은 뉴욕의 특성이 외국 작가들이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뉴욕 화단의 중심축이 되었던 New York School 작가들의 대부분이 타 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페기 구겐하임의 금세기 미술 같은 사설 화랑들이 유럽의 대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뉴욕의 젊은 작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준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중국 미술의 독특함을 꼽는다. 세계 미술이 추상과 설치 등에 주목하고 있을 때 중국은 이런 서양의 큰 흐름에 비껴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이 문화혁명, 그리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낸 중국 현대사만의 독특함이 작품에 드러난 것이 큰 매력이 되었다. 거기에 세계에 퍼져있는 큰손 중국 컬렉터들이 자국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무등산 같은 문화도시
광주비엔날레가 20년을 맞았다. 문화의 전당이 곧 문을 열 것이다. 광주의 경제가 호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화수도를 위한 기반시설은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거기다가 타 도시에 비해 예술인들의 구성 비율도 높다. 그런데 왜 아직도 문화수도로의 자리매김이 요원해 보이는 것일까?
우선은 특별한 사설 화랑과 컬렉터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관 주도의 시설과 행사는 결과 위주의 사업이 되기 쉽기 때문에 체질을 바꾸는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기 어렵다. 금세기 미술 화랑 같은 역할을 해줄 큰 사설 화랑이 광주에 없는 것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기관 중심의 전시장에서 상업적 이익을 탈피한 전시를 구성해서 관람객을 모으고, 사설 화랑은 디렉터 중심이나 혹은 이사회 중심의 공동 운영 체제로 개성 있는 전문적인 시장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작가들도 자체적으로 협력 화랑 같은 회원 중심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중국 시장처럼 천 원부터 수천억에 호가하는 작품이 모두 거래되는 문화가 빨리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무등산의 포용력이 발휘된다면 한국의 문화 관련 인사들을 광주로 끌어들이기 쉬울 것이다. 뉴욕의 경우 길게 잡아서 1930년부터 1950년대까지 이십 년 간 유럽의 대가들이 학교를 세우거나 작품 활동을 하도록 자리를 내준 후에, 잭슨 폴락이라는 ‘미국산’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전 세계를 주도하는 미술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광주 곳곳에서 시작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좋은 작가들을 광주로 불러들이고 연을 맺는 계기로 활용되어야할 것이다.
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광주 문화계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광주가 무등산처럼 푸근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