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 광주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 광주
  • 박호재 시민의소리 부사장/주필
  • 승인 2015.02.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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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재 시민의소리 부사장/주필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모두들 아우성이다. 웬만한 경기위축에는 흔들림이 없는 서울과 수도권도 형편이 별반 나아보이지 않는다. 이 또한 걱정이다. 경제행위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기침체는 시간이 지나면 전염병처럼 지방경제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최경환 노믹스가 작동되고 있지만 신통치가 않다. 낡은 수법인데다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고 있어 활성화 기미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아파트 전세금이 거의 매매가에 달할 정도로 치솟고 있지만 거래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게 전형적인 증거이다.

다소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서도 나랏돈을 흘리는 해묵은 수법도 쉽지가 않다. 4대강 사업과 해외에너지개발 사업 등으로 구멍 난 곳간을 채우느라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깨트려 털어가는 마당에 정부의 공적자금을 푸는 일은 한마디로 언감생심이다.

집권여당의 새 지도부가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거론하고 있지만 복지의 청사진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를 밀어붙이는 일을 국민들이 쉽게 용납할 리 만무하다. 부자감세로 심기가 뒤틀린 국민감정부터 다스리고 나서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제1야당인 새정연은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야단법석이다. 처지가 궁색해진 서민들은 그나마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갈수록 실망만 쌓이는 중이다. 어느 후보 가릴 것 없이 정책도 비전도 그저 그런 데다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돌보겠다는 대안제시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작금의 야당에 기대할 게 뭐 있겠는가. 용산참사에서 세월호, 그리고 쌍용자동차 사태에 이르기까지 야당은 그저 가만히 있어 왔다. 세월호 유족의 눈물도, 노동자들의 줄 자살도,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사태까지 야당은 수수방관했을 뿐이다. 하다못해 두 배가 가깝게 뛰어오른 담뱃값 인상도 먼 산 쳐다보듯 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야당의 원내대표를 내 필생의 기인이라고 추켜세울 정도였으니 더 이상 무슨 얘길 하랴. 태진아와 송대관처럼, 서로 좋을 라이벌 마케팅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여당의 2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웃음을 사고 있을 정도겠는가.

이렇듯 야당이 기형적일 정도로 전혀 야당답지 못하다보니 불미스런 루머도 세간에 분분하다. 정권의 살벌한 공안 드라이브 때문에 갖은 약점을 다 잡힌 야당 의원들이 꼼짝을 못하고 있다는 둥. 누구는 여자문제로 잡히고 누구는 돈 문제로 잡히고…별의 별 가십거리들이 저잣거리에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이러다보니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세력도 생겨났다. ‘가만히 있어왔던’ 야당을 폐기처분하고 ‘가만히 있지 않는’ 야당을 세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5일엔 광주에서 대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의지도 가상하고, 작금의 야당에 거듭 실망한 국민 여론을 대변한 측면도 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출범도 안 된 신당에 대해 벌써부터 냉소를 머금은 시선도 있다. 기병지에 세운 깃발이야 선명하기 짝이 없지만 언제 퇴색할지 모른다는 한국의 정당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다. 진보정당을 재건하자는 것인지 진보적인 대중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다소 혼란스러운 내부의 이념갈등을 극복하는 것도 아직은 과제로 남아있다.

이래저래 광주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치가 암울해질 때마다 부담스런 시선이 늘 꽂히는 광주이기에 ‘역사적 숙명’이라는 어휘가 떠오를 정도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지난 10여년을 되돌아보건대 정치를 바로 세우지 않고선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없는 것을. 많이 소모되고 많이 지쳤지만 광주가 다시 일어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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