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샘터'를 아시나요?
'호랑가시나무샘터'를 아시나요?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5.01.22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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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년 역사 온기 담아 양림숲 생명수로
1904년 벨 선교사 가족들 이후 사용 추정
▲ 광주문화도시계획 운영위원들은 20일 남구 양림동산 둘레길 탐방중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샘터를 발견하고 이를 개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왼쪽부터 정헌기, 김정희, 김미숙, 박선정, 박지탁. 사진=정인서

언제부턴가 새들이 와서 물을 먹기 시작했다. 한때 까마귀가 날았고 비둘기 등 수많은 새들이 즐겨 찾았던 샘터가 500여년 된 호랑가시나무와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들 사이에 숨어 온전히 흐르고 있다.
양림동 선교사묘역에서 양림동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을 따라 가다보면 기독간호대학 신축기숙사 뒷길 숲속에 샘터 하나가 수많은 낙엽들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500여년 넘게 양림숲의 생명수로 자리 잡았음직 하다.

광주지역 문화정책 토론모임인 광주문화도시계획은 지난 20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게스트하우스에서 1월 집담회를 가진 뒤 양림동산 탐방을 하던 중 둘레길 인근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 낙엽에 덮여있던 샘터를 발견했다.
샘터는 지름이 약 2.5m쯤 되어보이는 원형으로 가장자리는 시멘트로 마감을 했다. 이 샘터는 1904년 이곳 양림동산에 자리잡은 벨(Eugene Bell, 한국명 배유지) 선교사를 비롯하여 오웬, 윌슨 등 많은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샘터는 수많은 퇴적물과 낙엽에 덮여있지만 다행히 썩지 않은 채 깨끗해 보였다. 아직도 샘물이 솟아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광주문화도시계획 운영위원들은 이날 탐방을 통해 양림동이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이 샘터도 역사적인 장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샘터의 주변 경관을 정비하고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호랑가시나무샘터(hollywood pond)’라고 이름을 지었다. 추가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여건이나 자료도 확인했으면 하는 주문을 달았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정헌기 아트주 대표는 “전해 듣기로는 이 샘터가 선교사들의 빨래터였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주변에 많은 새들이 날라와 목을 축이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박선정 동아시아문화도시추진위 기획단장은 “가끔 이 둘레길을 걸었지만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생명이 살아있는 샘터라면 호남신학대학이나 남구에서 확인하고 양림동 개발계획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지탁 광주전업작가협회 회장도 "우리가 스스로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거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소홀함이 있다"면서 "샘터의 이름을 이곳 환경에 맞게 지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김정희 시인은 “아마도 이전에 다른 사람들도 이 샘터를 봤겠지만 무심코 지나치고 그 소중함을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이번 기회에 이를 알리고 샘터 이름을 지어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시를 지어 헌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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