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이는 마음
설레이는 마음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12.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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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옛날 신라 사람들은 새해 첫날엔 마을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해 서원을 했다고 한다. 오늘 우리도 새해를 맞이하며 그렇게 다짐을 한다. 개인, 가족, 국가의 안위와 행복을 비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확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해 원단에 사람들끼리 덕담을 건네고 새해 소망의 성취를 비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인간은 누구나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기에 새날들에 기대와 소망을 품는 것이다.

새날은 새로운 날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새로 밝아 오는 날이기도 하며 새로운 시대, 또는 새롭게 다가올 날을 말한다. 한때 동학에서 개벽세상을 뜻하며 민중의 목소리를 높였던 날도 있었다. 5.18 행사 때면 “새날이 올 때까지”라며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비록 ‘지록위마’라 말을 하며 기대했던 새날이 왔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무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번 새해 첫날에 용기를 갖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던 일들이 잘 이루어지길 새날에 의탁해 조그만 소망을 가슴에 품어본다.

어릴 적 나는 새해 첫날은 세상이 파란 유리로 보는 풍경처럼 온통 파랗게 물들어 보이는 것으로 기대했다. 땅이며 강이며 공기까지도 파란 모습으로 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 기대의 마음으로 새해 첫날을 손꼽으며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새해 첫날, 어제와 다르지 않은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새해는 어제와 같은 날이지만 개개인에게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던 유년시절 이야기다. 이 선물은 완성품으로 된 것이 아니라 받아든 내가 그려가야 하는 백짓장 같은 선물이다. 어린이 장난감 선물과는 다른 그야말로 내가 설계하고 건설하고 완성시켜야 하는 벅찬 선물이다.

우리는 이 백지에 무엇이든 그릴 수가 있다. 새해에 대해 품은 기대와 소망은 누구한데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가 그려서 성취해야 한다. 하얀 백짓장 같은 새해 선물을 받아들고 나는 설레인다.
이 새해는 어영구영 보내지 않고 남김없이 타는 촛불처럼 다 쓰리라.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해 첫날의 태양을 보고 감사와 함께 경건한 마음이 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다가오는 새날들을 예측가능한 미래로 만들게 해달라는 기도 같은 심정에서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아무리 묵은해에 좌절과 절망에 빠졌던 사람일지라도 새해는 그 곤란들에서 벗어나기를 소원한다. 건강해지고, 취업도 하고, 돈도 잘 벌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바라는 일들이 술술 잘 풀려나가기를 바란다. 그 소망과 기대는 진정으로 노력한다면 성취할 수 있는 바람이다.

온 우주가 내가 행복해지도록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우주가 만든 행복을 그 어딘가에서 찾아내면 된다. 시방 그 새해를 또 한번 맞이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몇 번이나 새해를 맞이하는 것인지, 새해라는 선물을 받고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으랴.
‘대저 천지간에 사물은 각기 주인이 있어 진실로 내 소유가 아니라면 비록 터럭 하나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오직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사이의 밝은 달은 그것을 얻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마주치면 색을 이루어서 이를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이를 써도 다함이 없으니 이는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적벽부’에서)
소동파의 시처럼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리는 새해의 행복을 진심으로 소망한다. 새해는 어제와는 다른 날이다. 파란 색으로 칠해질 날들이다. 만일 당신이 설레임으로 새날들을 색칠하며 살아가기로 굳게 다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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