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한국에서 처음 배운 말은 ‘새끼야’
외국인 노동자, 한국에서 처음 배운 말은 ‘새끼야’
  • 이채원 시민기자
  • 승인 2014.12.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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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글로벌구민 열린 발언대’ 개최…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디어 경연

'새끼야!'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친한 친구들간에 부르는 호칭이기도 하고, 화가 나서 상대를 비하하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큰 꿈을 갖고 한국 왔는데 실망했다. 음식이 안 맞아 고향음식을 만들었는데 냄새난다고 욕 많이 먹었다. 한국에서 처음 배운 말은 ‘새끼야’다.”

“한국말이 서툴다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에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업주들은 우리들이 말 못하는 소처럼 일만 했으면 좋겠나봐요.”

평동산단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며, 광산구 삼도동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노동자 라주(Raju Saha, 39) 씨. 그는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한국은 좋은 나라다’고 소개하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내키지 않는다.

지난 10일 광산구(구청장 민형배)가 주최하고, 광산문예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구민 열린 발언대’ 무대에 라주 씨가 한 말은 우리 한국을, 아니 광주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발언대에 섰던 라주 씨는 자신의 생각을 300여명의 관객 앞에서 서툴지만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한국에 오니 어린 사람들도 나에게 반말부터 하더라”며 “돈으로 부자된 한국이 인간(성)은 부족한 거 같은데, 돈보다 인간이 먼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아플 때 병원에 보내주고, 애경사를 맞으면 고향에 다녀오게 휴가를 주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라주 씨 이외에도 총 20명의 사전 접수자 중 선별된 7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특히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광산 다문화학교 설립’을 제안한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최미국(33, 도산동) 씨의 이야기는 큰 정책적 시사점과 함께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외에도 첨단1동 김향희(44) 통장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행복한 마을’을, 월곡동 고려인마을 대표인 신조야(59) 씨는 ‘월곡동에 고려인이 모여들고 있습니다’를 발표하는 등 연사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일을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가 어울려 살아가는 광산의 미래를 제시했다.

외국인도 광주에 있는 동안은 우리 주민이다. 그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자면서도 그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아 전국 최초로 열린발언대여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나온 다양한 제안은 광산구 뿐만이 아니라 광주시 더 나아가 우리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도입할 만한 내용들이다.

한편 ‘글로벌구민’은 국적이나 출신국을 떠나 현재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을 지칭하는 말로 광산구가 만든 신조어로 지난 7월 광산구가 받은 ‘외환 다문화대상’ 행복도움상 지자체부문 상금으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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