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의심한다
나는 너를 의심한다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12.1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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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란 단어의 뜻은 국어사전에 나온 그대로 거짓이 없는 사실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삶에서 진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상살이는 어쩌면 진실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 신문 보도에 전국에서 가장 큰 한약 제조 판매상이 식약청 인증도 받지 않은 중금속 투성이의 한약을 수년간 전국 한약방에 불법으로 팔아오다가 적발됐다고 나왔다. 마침 나는 평생 한 번도 가까이하지 않은 한약을 먹고 있는 터여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신문기사에는 아무리 보아도 그 고약한 업체가 어느 업체인지 나와 있지 않다. 어디 한약뿐인가. 가짜나 불량 식품은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 심하게 말하면 안심하고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야 될 지경이다.
어디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이랴. 눈으로 보고 귀롤 듣는 것도 믿을 수 없는 것들 천지다. 요즘 신문을 보면 가관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길이 없는 온갖 의혹들을 제기한 기사가 난무한다.

신문을 보면서 ‘어, 이거 우리나라 큰 일 났다.’는 두려움이 일어날 정도다. 날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등장하고 사건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잡아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건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다. 조사하면 마각이 드러날 판인데도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손사래부터 친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르윈스키 추문에 휩싸였을 때 “그녀와의 사이에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 고 사과했다. 그러자 더 이상 언론도 비난공세를 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산다. 그러니까 사람이다. 잘못했을 때 깨끗이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면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재임시절 잘못을 저지르고 대국민 사과를 한 번 이상씩은 했었다. 대통령이라도 사과할 일이 있으면 정중히 국민을 향하여 사과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이 세상이 자기들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위인들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모두가 악을 쓴다. “나는 잘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민주주의가 본디 시끄러운 체제라고는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 비선 공방 소동들은 차마 못 봐주겠다.
전라도 말에 “새우 한 마리를 잡더라도 개는 개대로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말이다. 정말 그래야 한다.

‘하나는 전체를 위해서, 전체는 하나를 위해서’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전체(국가)가 하나(나)를 위해서 작동해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세상은 전체를 위해서 돈다.
그러니까 하나는 전체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숙고해 보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다. 그래서 진실이 필요한 것이다.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의 초기 작품에 ‘불신시대’라는 소설이 있다. 반세기 전에 나온 그 책 제목이 지금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지금 불신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진실이 실종된 시대에 실고 있다. 비극이다.
말의 진실성 여부는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먹을거리는 불량품을 기준에 맞는 진짜로 바꾸면 될 일이지만 말은 세상을 작동시키는 힘이라는 데서 사뭇 다르다. 게다가 한번 쏟아내면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다.

신문 방송은 물론 인터넷 세상에서 SNS로 날마다 수많은 말거품이 일다보니 그것 때문에 심지어는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다. 명예훼손, 무고, 사기, 모함 등으로 법정에까지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진실에 목이 마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진실이 유통되지 못한다면 어디 가서 진실을 구할 것인가. 청와대발 비선 공방 사건도 이런 견지에 투명하게 밝히고 넘어갔으면 한다. 서로 믿고 사는 진실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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