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신주쿠 그 번화한 도심가의 한켠에 신오우쿠보가 있다. 그 이름의 유래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마을은 도쿄속의 한국 즉 코리아타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오우코보는 일본제국 시절 많은 일본 귀족들의 대저택이 모여있던 도쿄 제일의 고급 주택지이다. 일본 유신(명치)정부의 고관은 물론 과거 막부(무사정권)의 내노라하는 귀족들의 대분은 오우쿠보에 저택을 소유하고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오우쿠보의 영화 또한 일본제국의 패망과 함께 끝나게 된다. 도쿄 대공습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가옥이 파괴되었으며 주민들 또한 사망하거나 연합군의 공습을 피해 지방으로 피난하는 예가 많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오우쿠보에는 일본 주둔 미군들의 현지처가 증가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많은 미군이 귀국한 후에는 풍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나 불법 체류자, 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은둔의 장소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물론 신오우쿠보의 코리안타운의 역사 역시 그리 순탄치 많은 않았다. 일본 패망후 차별과 박해를 피하기 위하여 많은 한국 출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신오쿠보에 모여들었다. 이때부터 신오우쿠보는 주변의 일본인 거주자로부터 범죄자나 풍속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장소로서 멸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이미지의 신오우쿠보는 한류와 함께 새로운 문화의 메카 그리고 최신 한국 문화의 발신지로 각광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최근 들어 독도 문제 그리고 냉각된 양국 관계로 인하여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다.
일본 정부에 의한 패싱, 그리고 신오우쿠보의 경제적 가치를 노린 일본, 중국 자본의 진출은 코리안타운으로서의 신오우쿠보의 위상을 뒤흔들고 있다.
독도 문제가 한일간의 최대 외교 현안으로 부상된 이후 일본의 방송매체에서 한국 관련 프로는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며 한류에 관한 보도 또한 그 횟수가 급격히 감소되었다.
이러한 미디어의 한류 보도 자숙분위기는 일본 사회에 급격히 전파되어 한류 그리고 한국 스타의 열성 팬들조차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한류 얘기를 꺼내는 것을 꺼려할 정도로 일본내의 한국 감정은 냉각되어 있다.
한류 냉각의 최대 피해자는 일본내의 한류 발신지를 자부하고 있던 신오우코보이며 현재 불황으로 폐업하는 한국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심가에서 떨어진 가게의 폐업이 눈에 뛰었으나 지금은 신오우쿠보 중심의 번화가에서조차 폐점한 가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신오우쿠보 단속의 강화이다. 신오우쿠보에서 슈퍼를 경영하고 있는 김씨(가명)는 한일 관계가 냉각된 이후 상품이나 영업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어 영업하기가 힘들다고 울상지었다.
물론 보따리 장사를 통해서 들여온 상품을 판매하거나 유통기한에 대한 잘못된 관리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하며 이를 단속하는 일본정부의 행위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감정의 냉각과 동시에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는 단속은 한국인에 대한 화풀이라는 인상이 가시지 않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그리고 겨울연가 등으로 일본 안에서 모처럼 피어난 한류라는 꽃망울이 한일 정치가의 외교적 이해관계 그리고 국가적 자존심 때문에 그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힘들게 고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재일 교포들의 생활까지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의 자존심이나 영토(독도)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활이나 행복이 아닐까? 일본과의 외교에 있어 일본 내의 대한민국 국민을 먼저 살펴주는 정부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